미·러 갈등과 독일의 고민

입력
2021.12.14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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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7일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화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7일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화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지난 6월 흑해에서 크림반도 근해를 항해 중이던 영국 구축함이 러시아 전폭기의 위협 사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영국은 공식으로 이를 부인했지만 여러 정황상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냉전 이후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함선을 향해 실탄 쏜 게 처음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2014년 초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흑해, 발트해 등에서 나토군 훈련이 눈에 띄게 늘었다. 러시아가 나토의 동진을 무력 행사의 명분으로 삼으면 나토는 이에 무력 시위로 대응하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훈련을 빌미로 10만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한다. 내년 초 우크라이나 침공 이야기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주축국 중 하나였고 동유럽 국가 중 러시아와 국경선이 가장 길다. 크림반도 병합 이후 연쇄로 벌어졌던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 독립 움직임은 민스크 협정으로 가까스로 진정됐지만 계속 나토 가입을 원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는 여전히 눈엣가시임에 분명하다.

□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사람은 내년 2월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러시아가 침공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한다. 크림반도 병합이 사상 최대 비용이 들었다는 소치 동계올림픽 직후였다. 많지 않은 동병상련의 우호국 행사에 재 뿌리는 것은 피하려 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밀고 들어가면 중국이 대만을 향한 무력 행사를 하기 더 쉬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방이 두 개의 전선에 동시 대응하기 쉽지 않으므로 굳이 도발을 않더라도 모든 상황은 중국에 유리해진다.

□ 우크라이나의 긴장이 높아질지 수그러들지 알기 어렵다. 어느 경우든 중요한 것은 전쟁을 막으려는 주변국의 노력이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공급받기 위해 건설한 노르트스트림2 문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로 미·러 사이에 끼인 처지인 독일의 역할에 눈길이 간다. 메르켈 총리는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말로 푸틴과 대화가 가능해 그의 중재력에 세계의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새로 출범한 사민당 연정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까. 미·중 선택을 강요받는 우리에게도 남 일이 아니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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