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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인구 감소, 아직 기회는 있다

입력
2021.12.15 00:00
26면

장래인구추계가 제시한 암울한 전망
확정된 미래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불확실한 인구미래는 도전이자 기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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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 결과는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제시해준다. 중위추계에 따르면, 총인구는 현재 5,184만 명에서 50년 후 3,766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전 추계와 비교할 때 인구감소 시점이 8년이나 앞당겨졌다. 인구가 늙어 가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3.7세인 중위연령은 2031년 50세를 넘고, 2070년에는 62.2세까지 높아질 것이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할 고령인구는 현재 21.8명에서 2070년 100.6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계결과는 저출산·고령화에 관한 '공포마케팅'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에서조차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불과 2년 전의 추계결과와 비교하더라도 눈에 띄게 나빠진 장래 전망이 우리가 당면한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이 추계결과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과 방법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특정한 가정에 기초한 전망 결과가 마치 확정된 인구변화의 미래인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이 추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장래인구추계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미래 인구변화의 구체적인 양상과 정도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생, 사망, 인구이동 등 인구변동요인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합리적으로 설정한 여러 가지 가정에 기초하여 미래를 전망할 수밖에 없다. 장래인구추계는 통상적으로 인구변동요인별 가정을 조합하여 총 27개의 시나리오를 작성·도입하고 있으며, 이번 추계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 등 네 가지 특별 시나리오를 추가로 도입하였다.

각각의 추계결과는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되는지에 따라 장래 인구변화의 양상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대 긍정적인 시나리오들을 조합하여 얻은 고위추계 결과에 따르면 2070년 출생아 수는 약 29만 명, 총인구는 4,438만 명으로 전망된다. 반면 동일 인구지표의 저위추계는 각각 12만 명과 3,153만 명으로 훨씬 적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지속되는 경우 2070년의 총인구는 중위추계보다 466만명 적은 3,300만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변화의 방향은 같지만, 각각의 추계결과가 보여주는 미래 사회의 모습은 다르다.

통계청이 최선을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타당성이 확실하지 않은 결과도 있다. 예컨대, 출생아 수가 2023년 이후 반등하여 2034년 약 33만 명으로 증가한다는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최근의 결혼 및 출산 감소 추세가 유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코호트 출산율이 회복된다는 가정에 기초한 결과인데, 그 근거는 취약해 보인다. 2034년의 저위추계 출생아 수가 올해 출생아 수와 같다는 결과는 저위추계 시나리오가 충분히 비관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만약 현재의 저출산 기조가 지속된다면, 장래의 출생아 수가 통계청의 추계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인구변화의 미래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은 도전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인구변화를 세심하게 모니터링하는 한편, 기존의 제도와 정책을 기민하게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장차 어떤 인구변화의 시나리오가 실현될지는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아직은 기회가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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