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고배 마셨던 'K9 자주포', 이번엔 호주 제대로 뚫었다

입력
2021.12.13 19:19
수정
2021.12.13 20:3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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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호주 국빈방문 최대 성과
K9 30문 등 '1조 원대' 첫 수출 쾌거

호주 정부에 1조 원대 규모의 수출이 성사된 K9 자주포. 한화디펜스 제공

호주 정부에 1조 원대 규모의 수출이 성사된 K9 자주포. 한화디펜스 제공

10년간 와신상담한 국산 명품 K9 자주포가 기어이 호주 시장을 뚫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호주로 날아가 13일(현지시간) 스콧 모리슨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수출 계약서에 최종 도장을 찍은 것이다. 이번 국빈방문의 최대 성과로 호주는 K9를 운용하는 세계 8번째(한국 포함) 국가가 됐다. 계약 규모는 1조 원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K9 자주포 사업을 신호탄으로 호주와 전략적 방산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국방, 방산, 사이버 분야를 비롯해 안보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지화 전략 성공… 호주 K9 별칭은 ‘헌츠맨’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호주 연방총독 관저 야외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뉴시스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캔버라 호주 연방총독 관저 야외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계약 주체는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 호주법인과 우리의 방위사업청에 해당하는 호주 획득관리단(CASG)이다. 한화디펜스는 앞으로 호주 육군에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공급한다.

K9 자주포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삼성테크윈(한화디펜스 전신)이 1998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1,000마력의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시속 67㎞로 달리며 분당 최대 6발까지 발사할 수 있다. 유효 사거리는 40㎞다. 독일의 팬저하우비츠(PZH2000)와 함께 40㎞ 넘게 날아가는 유일한 자주포지만 고가인 독일제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지금까지 600문을 수출(점유율 50%)할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최근엔 신형 포탄이 개발돼 사거리를 53㎞까지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시장 개척은 쉽지 않았다. 2010년에도 호주 육군의 자주포 사업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현지 정부가 갑자기 국방예산을 줄이면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현지화 전략을 촘촘히 짰다. 2019년 5월 “질롱시에 자주포 생산공장을 유치하겠다”는 모리슨 총리의 총선 공약을 발판 삼아 현지 인사들과 빈번히 접촉하면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호주 육군 현대화 프로젝트인 ‘랜드 8116 자주포 획득사업’의 단독 우선공급자로 낙점됐고, 가격 협상을 거쳐 마침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호주 육군이 운용할 K9 자주포의 별칭은 ‘덩치가 큰 거미’라는 뜻의 ‘헌츠맨’(Huntsman)으로 질롱시에 세운 공장에서 생산, 납품할 예정이다.

7번째 K9 수출국… 영연방 국가 최초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방위산업 및 방산물자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은호 (왼쪽부터) 방위사업청장, 문 대통령, 모리슨 총리, 토니 프레이저 호주 획득관리단(CASG) 청장. 연합뉴스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방위산업 및 방산물자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은호 (왼쪽부터) 방위사업청장, 문 대통령, 모리슨 총리, 토니 프레이저 호주 획득관리단(CASG) 청장. 연합뉴스

방산업계에선 호주의 상징성에 주목한다. 호주는 미국의 정보 공유동맹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ㆍ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소속이다. 호주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영국 등과 자주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사실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 국가에 우리 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의미도 된다. 실제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의 영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K9 자주포를 파이브 아이즈에 처음 수출하고,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주요 무기체계를 호주에 파는 등 이번 계약은 파급 효과가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안정적 '광물 공급망'도 확보

문 대통령은 이날 모리슨 총리와 방위산업ㆍ방산물자 협력 양해각서(MOU)에 이어 호주산 광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MOU’도 체결했다. 한국은 호주에서 광물을 가장 많이 수입한다. 양국은 또 한ㆍ호주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한국민은 15일부터 호주 입국 시 격리 조치를 적용받지 않는다.

정승임 기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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