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 아니에요"…세계 5위 보령해저터널의 비밀

입력
2021.12.14 05:30

전 세계에서 5위, 국내에서는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보령해저터널 조감도. 현대건설 제공

이달 1일 개통한 보령해저터널은 국내에서 가장 긴(6.927㎞) 해저터널이다. 전 세계 해저터널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길다. 주말만 되면 충남 보령 대천항~원산도를 잇는 해저터널을 달려보려는 차량들로 터널은 주차장처럼 변한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령해저터널을 찾는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통행료와 해저터널 내부 모습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행료는 무료, 터널 내부는 일반 터널과 다르지 않다. 아쿠아리움을 상상했다면 허탈할 것이다. 물 한 방울 볼 수 없다.

보령해저터널 내부는 육지의 여느 터널들과 똑같다. 김지섭 기자

지난 9일 다녀온 보령해저터널은 진입 시점부터 종점까지 바다 밑을 통과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터널 중간의 가장 깊다는 해수면 아래 80m 구간을 지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터널을 빠져 나온 이후 양옆에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는 육지의 터널들과 달랐다.

2010년 12월 착공한 보령해저터널에는 4,881억 원이 투입됐다. 완공까지 약 4,000일(11년)이 걸렸고 하루 평균 270명, 장비 50대가 투입됐다. 터널 길이는 △일본 도쿄아쿠아라인(9.5㎞) △노르웨이 봄나피오르(7.9㎞) △노르웨이 에이커선더(7.8㎞) △노르웨이 오슬로피오르(7.2㎞)에 이어 세계 5위다.

보령해저터널 개통으로 충남 대천 해수욕장에서 안면도 영목항까지 운행 거리는 95㎞에서 14㎞로 줄었고 소요시간은 90분에서 10분으로 80분이나 단축됐다.

보령해저터널 종점부. 양옆으로 펼쳐진 바다가 육지의 터널과는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국토교통부 제공


바다 밑 난공사...나틈 공법 하루 최대 굴착 거리 7m

해저터널 양방향 관통 직전 모습. 현대건설 제공

바다 밑에 터널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터널 위에 있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흘러들 경우 그 피해는 지상 터널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그래서 해저터널 공사는 해수 유입을 완벽히 차단하는 안전한 공법이 요구된다. 공사 기간도 지상공사 대비 세 배 이상 걸린다.

보령해저터널 건설에는 국내 해저터널 최초로 발파 굴착방식인 '나틈(NATM) 공법'이 도입됐다. 단단한 암반에 구멍을 내 화약을 장착한 후 폭발시켜 암반을 뚫는 방식이다. 다른 공법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보령 해저는 지질이 균일하지 않아 나틈 공법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됐다.

물 들어올라…사전 지반 예측 필수

사전 지반 예측 시각물. 국토교통부 제공

바다 밑에서는 지반 상태와 지하수 이동 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지질조사와 지반 예측 공법을 적용해야 한다. 지반 예측에는 TSP(Tunnel Seismic Prediction) 탐사, 선진수평시추, 감지공 등이 동원됐다.

TSP 탐사는 석유 시추탐사 개념을 터널 공사에 응용한 것으로 물체 파동을 이용해 전방 200m 지질 예측에 쓰인다. 어느 한 지점에서 소량의 화약 발파로 탄성파를 발생시킨다. 탄성파는 종류가 다른 지층을 만나게 되면 굴절과 반사가 이뤄지고, 반사된 탄성파를 분석해 전방의 지반 조건을 예측하는 것이다.

선진수평시추는 전방 60m에서 구멍을 뚫어 암반 코어를 채취해 이상 지반 상태를 파악한다. 전방 20m 정도의 더 가까운 곳은 감지공으로 작은 구멍을 뚫고 유입 수량을 측정해 정확한 지층 상태 파악이 가능하다.

사전 지반 예측을 마치면 굴착에 들어간다. 굴착은 암질에 따라 한 번 발파할 때마다 갈 수 있는 거리가 다르다. 암 종류는 보통 극경암, 경암, 보통암, 연암, 풍화암 5가지로 분류된다. 극경암은 3~3.5m, 경암은 2.5m, 보통암은 2m, 연암은 1.5m, 풍화암은 1m씩 발파해 나아간다. 터널공사 관계자는 "하루에 최대로 갈 수 있는 거리는 7m, 지질 상태가 안 좋으면 20m 전진에 두 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수압 버티는 차수그라우팅…아쿠아리움 투명유리는 불가능

차수그라우팅 모습. 국토교통부 제공

터널 공사의 최대 관건은 해수 유입 차단이다. 암반 틈새로 유입되는 바닷물을 막기 위한 공법이 차수그라우팅이다. 틈이 있는 부분에 시멘트와 물을 섞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높은 압력으로 주입해 해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누수 방지나 토질 안정에 효과적이다. 콘크리트 덩어리는 수압보다 압력이 5, 6배 더 강하도록 만든다. 흔히 생각하는 아쿠아리움처럼 투명유리 터널로 만들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령해저터널에는 차수그라우팅 공법에 현대건설이 개발한 지능형 멀티 그라우팅(IMG) 시스템까지 적용한 게 특징이다. IMG 시스템은 차수그라우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그라우팅 시 압력과 유량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한 대의 장비로 4~6개 구멍까지 동시에 시멘트액을 주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기술로는 2개 구멍에 주입이 가능했다. IMG 시스템은 공사 기간과 공사비 절감에 도움이 됐다.

바닷물로 인한 부식 막는 건 실리카흄

터널을 뚫고 나도 걱정거리는 또 있다. 바닷물에 의한 부식이다. 이에 암반 강도를 높이고 부식을 막기 위해 암반 벽에 압축공기를 이용해 콘크리트를 분사하는 '숏크리트' 공법을 썼다. 숏크리트에는 초고강도 콘크리트 제조에 사용되는 혼화재 '실리카흄'이 들어간다. 시멘트 입자의 200분의 1 크기인 실리카흄은 물이나 다른 물질에 녹지 않고 콘크리트의 조직을 치밀하게 만들어준다. 또 터널 암반에 사용한 록볼트도 고무튜브가 쓰여진 부식방지용 CT-볼트를 사용했다. 록볼트는 암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강자재다.

보령해저터널 시작 지점. 김지섭 기자

이렇듯 보령해저터널은 국내 첨단 기술로 완성돼 우리나라 도로 및 터널 역사를 새로 썼다는 호평을 받았다. 첫 삽을 뜰 때부터 개통 때까지 11년간 현장을 지킨 이상빈 보령해저터널 건설공사 감리단장은 "40대에 시작한 공사가 끝나니 어느덧 60대를 바라보고 있다"며 "국내에서 처음 나틈 공법을 도입한 해저터널 공사라 불안감이 컸지만 큰 사고 없이 개통까지 마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보령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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