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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된 아이티 대통령, 마약 밀매 연루 고위층 명단 美에 넘기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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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어느 날 새벽, 사저 침실에서 괴한들에 의해 살해된 일국의 현직 대통령. 지난 7월 7일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고(故) 조브넬 모이즈 전 대통령이 암살된 지 5개월이 지났건만, 여전히 사건의 실체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수십 명의 관련자가 체포됐음에도 ‘진짜 배후’는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당시 모이즈 전 대통령이 마약 밀매에 연루된 아이티 사회 고위층 명단을 미국에 넘기려던 참이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를 눈치챈 일당이 그를 제거했다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믿기지 않는’ 얘기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아이티 관리 등 사건 관계자 4명의 증언을 토대로 “모이즈 전 아이티 대통령이 (올해 7월) 암살되기 직전, 아이티 고위층 인사들 중 마약 밀매에 관련된 인물의 명단을 작성해 미국에 넘기려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유력 정치인과 사업가들이 두루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7월 대통령 사저 침실에 침입, 모이즈 전 대통령 등에게 총격을 가한 괴한들의 자백으로도 확인됐다고 NYT는 설명했다. 체포된 용의자들 중 일부가 “모이즈 전 대통령이 작성하고 있던 해당 명단을 회수하는 게 암살 작전의 최우선 임무였다”는 취지로 자백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사건 현장에 있던 마티네 모이즈 영부인의 진술도 이와 일치한다. 마티네 영부인은 대통령 사저에 들이닥친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은 뒤, 죽은 척하며 바닥에 피를 흘린 채 누워 있었다. 그는 NYT 인터뷰에서 “괴한들이 무엇을 가져갔는지는 모른다. 다만 남편과 나의 파일을 뒤지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문제의 명단에는 모이즈 대통령이 자신의 후임으로 지명한 미셸 마르텔리 전 대통령의 처남, 사업가 샤를 생레미 등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생레미는 과거 마약 판매 전력을 인정했지만, 지금은 합법적 사업만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이티 경찰은 최근 그에 대해 “여전히 아이티 내의 최대 마약 밀매업자 중 한 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암살 배후는 아직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모이즈 전 대통령 살해 작전을 실행한 콜롬비아 용병을 포함, 40명 이상의 용의자가 체포됐지만, ‘윗선’은 드러나지 않았다. NYT가 인터뷰한 모이즈 전 대통령의 측근 상당수는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모이즈 전 대통령의 피살 몇 달 전부터 개시된 ‘마약 밀매와의 전쟁’은 이 사건 규명의 핵심 열쇠다. 그는 아이티 세관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밀수 사건이 발생한 항구를 국유화했다. 마약 밀매업자들이 활용했던 활주로를 파괴했고, 수익성이 높아 마약 밀매업자의 돈세탁 경로로 지목된 뱀장어 거래를 조사하기도 했다. 당시 표적이 된 이들이 ‘배신감을 느꼈다’는 게 모이즈 전 대통령 측근들의 전언이다. 결국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은 권력투쟁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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