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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시대 지방도시, 일자리만으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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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에게 도시는 살기도(live), 사기도(buy) 어려운 곳이 되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치솟고 거주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집니다. 이런 불평등과 모순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도시 전문가의 눈으로 도시를 둘러싼 여러 이슈를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주택과 부동산 정책, 도시계획을 전공한 김진유 경기대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에 한 번씩 연재합니다.
<30> 지방 도시, 젊은이에게 매력적이어야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그에 따라 지방도시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도로나 공항 같은 기반시설뿐 아니라 세종시나 혁신도시 같은 대규모 도시개발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됐다. 그럼에도 수도권 집중현상은 여전하고 최후의 보루인 지방 대도시의 인구마저도 유출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대안들도 제시되고 있다. 은퇴기에 접어든 베이비부머가 내려가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메가시티를 만들어 수도권에 대적할 만큼 몸집을 키워야 한다고도 한다. 지방 인구의 감소는 정말 쇠퇴를 의미할까. 장기간 이 추세를 바꿀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도시와 국가에 있어 인구란 어떤 의미인가. 팬데믹이나 큰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한 경우를 제외하면 세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 이후 한 번도 인구가 감소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추세는 강화됐고 급기야 2020년에는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며칠 전 발표한 추계에 따르면 원래 예상보다 8년이 앞당겨진 올해부터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향후 50년 이상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총인구 감소는 지방의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고령화된 지방은 출생아 수가 월등히 적어 자연감소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의 경우 설령 지방에서 태어났더라도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고령화를 심화시킨다. 인구이동 패턴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20년(2001~2020)간 148만 명의 20대가 수도권으로 순유입됐다.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비수도권으로 들어온 사람보다 빠져나간 사람이 더 많았다. 지난 20년간의 인구이동은 젊고 경쟁력 있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면서 지방의 활력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도시성장을 인구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2000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순유출을 경험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서울이 쇠퇴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20대의 서울 유입은 증가하고 있고 고용, 문화, 교육 등 전 분야에 있어 서울의 위상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인구수만으로 성장 여부를 판단한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쇠퇴할 일만 남았다.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고 삶의 질이 좋아져도 인구가 감소하면 쇠퇴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행정수도의 이전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매우 공격적인 정책이었다. 행정수도 이전은 1970년대에도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이후 30여 년간 빛을 보지 못했다. 대신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 정책을 통해 국토균형 발전을 달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은 지속됐고,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요구됐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세종시와 혁신도시였다.
우여곡절 끝에 본궤도에 오르자 수도권 인구의 지방 이동은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젊은 인구의 유입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지방행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정부청사와 공공기관이 이전해감에 따라 공무원과 그 가족, 관련 종사자들이 이주해간 것이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 기간만 보자면 수도권 인구 집중 완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2016년 이후 수도권 집중이 다시 강화됐기 때문이다. 60세 이상의 고령자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수도권으로의 순이동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과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그들은 다시 지방도시를 떠나 수도권으로 오고 있는가.
1964년에 발표된 라우리(Lowry) 모형은 인구와 고용 간의 관계를 통해 도시성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형이다. 논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어떤 도시의 산업은 그 도시의 성장을 이끄는 주력산업(기반산업)과 인구 성장에 따라 부수적으로 발전하는 산업(비기반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어느 지역 중심산업이 자동차라면 비기반산업은 음식업이나 소매업이 될 것이다.
이 모형에 따르면 도시의 성장은 기반산업에서 고용이 증가함으로써 촉발된다. 만약 울산의 자동차산업이 성장하면 더 많은 직원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부터 고용인구가 유입된다. 그렇게 되면 그를 따라 식구들도 같이 이사를 오게 되고 자연스럽게 인구가 증가한다. 인구가 증가하면 더 많은 식당과 마트가 필요하게 되니 다시 음식업이나 소매업이 성장하게 된다. 기반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인한 선순환 구조를 통해 지역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 모형은 여전히 합리적이므로 지방도시는 산업단지를 만들고 공항과 항만을 유치해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곤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정이 좀 달라졌다. 촘촘한 고속도로망과 고속철도는 전 국토를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었고 통근 가능한 범위도 확대시켰다. 주거지를 반드시 직장이 있는 도시에 둘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세종시 직장인 중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출퇴근한다. 또한 일부는 자녀의 교육이나 생활환경을 위해 주말부부로 지낸다. 그러니 단순히 일자리만으로는 해당 지역의 인구를 묶어두기 어렵게 됐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우리는 총인구 감소시대를 맞이했다. 지방은 더더욱 이 추세를 돌리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인구를 늘려야 도시가 성장할 수 있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행정구역 조정이나 은퇴인구 유입으로 인구를 늘린다고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총인구가 감소해도 지방 핵심 도시의 젊은 인재들이 건재하고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성장과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
많은 청년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고 더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트렌디한 일자리를 갖고 싶어 한다. 일타 강사와 일류 대학이 있으며, 강남과 홍대가 있는 서울에서 또래들과 소통하며 기회를 잡고 싶어 한다. AI, 빅데이터, 프로게이머, K-POP 등 최신 트렌드와 함께 성장하는 첨단 ICT 회사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지방도시를 만들 것인가. 우선 수준 높은 교육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지방 주요 대학을 ICT 중심대학으로 혁신하고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해줘야 한다. 조선업 쇠퇴와 함께 기울어가던 도시를 살린 스웨덴 말뫼대학이 이룬 성과를 되새겨보자. 지방 국공립유치원과 중고등학교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일타강사가 지방도시에서 강의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다 적극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주말마다 KTX를 타고 대치동 학원에 올 필요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
문화도 매우 중요하다. 세종문화회관, 고척돔, 국립도서관이 지방에도 필요하다. 지방의 대도시들은 그 지역의 ‘서울’이 돼 지방활성화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거기서 누릴 수 있는 문화 예술 콘텐츠는 서울 수준이어야 한다. 기업이 지방에 문화시설을 짓고, 아이돌이 지방에서 공연하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자.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도 보러 가는 마당에 지방 공연을 보러 수도권에서 내려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는 관광에 매달리지 말자. 관광객은 말 그대로 ‘객(guest)’일 뿐이다. 지방은 관광객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현재 우리 도시에 살고 있는 주인들이 원하는 교육서비스와 누리고자 하는 문화콘텐츠, 갖고자 하는 일자리가 무엇인지 연구하고 지원해야 한다. 특히 미래를 좌우할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도시가 돼야 지방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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