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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 오류에 물리학자 김상욱이 던진 질문... "우린 어디에 분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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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십 년간 진행돼온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의 (수능) 철학에 분노하는 걸까, 아니면 문항 논란으로 등수를 정확히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하는 걸까."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페이스북
교양예능 TV프로그램에서 얼굴을 알리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해 온 물리학자 김상욱 경희대 교수가 출제 오류 논란이 불거진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사태를 지켜보며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는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문제풀이만 강요하는 주입식 수능 교육의 폐해를 돌아보자는 차원이다.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 Ⅰ과 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된 '보기'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 그러나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중대한 오류가 발생해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항 자체가 오류라는 문제 제기가 학생들은 물론 교사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기름을 부은 건, 평가원의 해명이었다.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이 문항에 대해 '이상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는 주장을 폈다. "문제의 조건이 불완전하더라도, 답을 내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변명으로 책임을 피하려 든 것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과학자의 입장에서 평가원의 해명은 말도 안 된다"며 비판했다. "정해진 방법으로만 풀고 문제에서 질문한 것만 고려하라는 뜻"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다.
"오른쪽 주머니에 4000원, 왼쪽 주머니에 –1000원이 있으니 총액은 3000원이라는 것이다. 문제에서 총액만 물었으니 –1000원이 정말 존재할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는 비유를 곁들여 문항의 오류를 지적한 김 교수는 "과학자의 상식으로 보기에 평가원이 버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도 꼬집었다.
비판의 화살은 정답 찾기에만 골몰하고 시험 점수로 모든 평가가 계량화되는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 고등학교 교육은 평가원이 해명한 철학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은 엄청난 양의 문제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풀어서 유형을 암기하여 시험에 대비한다. 수학은 아예 수많은 문제의 모범 풀이를 통째로 외운다. 사실 풀이 방법을 외우지 않고 시험 중에 독창적으로 풀다가는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 수 없다. 이미 고등학교에서는 정말 창의적이고 진짜로 똑똑한 아이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획일화된 한국 교육 현실을 진단했다.
글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평가원은 이미 수십 년 간 진행되어 온 이런 철학에 따라 대답한 거다. 왜 우리는 이런 철학으로 교육이 운영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수능에서 그 치부가 드러나자 분노하는 것일까? 우리는 정말 그 철학에 분노하는 걸까, 아니면 문항 논란으로 등수를 정확히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하는 걸까?"
한편 대입 수학능력시험 사상 초유의 정답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 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는 17일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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