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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거리인데 신고 17분 만에야 도착… 코로나 확산에 '구급차 대란'

입력
2021.12.13 0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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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평균 출동 시간 10월 4.3분 → 11월 5.9분
환자 태우고 응급실 전전… 하루 지나 복귀하기도
이해식 의원 "구급차 및 인력확충 계획 마련해야"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특별시립 서북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119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서 환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특별시립 서북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119구급대원들이 구급차에서 환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서울 강북구 한 재래시장 앞에서 60대 남성이 지인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경찰에 붙잡혔지만 피해자는 사망했다. 피해자는 시민 신고로 출동한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기사: 재래시장서 지인 흉기 살해한 60대 남성 구속)

피해자가 쓰러진 곳에서 가장 가까운 119안전센터는 차량으로 2, 3분 거리에 불과했지만, 구급차는 신고한 지 17분 후에 현장에 도착했다. 3㎞가량 떨어진 다른 소방서에서 구급차가 출동한 데다, 퇴근 시간대 교통혼잡까지 맞물린 탓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병상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구급차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응급실로 확진자들이 밀려들자, 구급차가 일반 응급환자를 싣고 이곳저곳을 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발생한 강북구 살인사건도 관내에 구급차가 없어 먼 곳에서 출동하느라 응급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사례였다.

한국일보가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소방청 구급차 출동 통계에 따르면, 11월 이후 서울시내 구급차 출동시간은 확연히 길어졌다. 이는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면서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10월에는 119 신고부터 현장출동까지 평균 4.3분이 걸렸지만, 지난달에는 평균 5.9분으로 증가했다. 현장출동 시간이 5분이 넘어선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평균 출동거리도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평균 2㎞ 안팎을 기록했지만 지난달엔 3.3㎞를 기록했다. 최장 출동거리 기준으로 보면 10월 119㎞에서 지난달에는 1,317㎞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내 구급차 출동거리가 1,000㎞대를 기록한 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이다.

현장 직원들은 구급차가 부족해 강남구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송파구와 서초구 등 다른 지역에서 출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태우고 응급실을 찾아다니느라 차량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게 다반사고, 하루가 지나 복귀하기도 한다. 최단거리에 있는 구급차를 배정하려고 해도 출동할 차량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종합방재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일반인) 응급실 이용을 막다 보니 응급실 수배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이송을 마치고 복귀 중인 차량을 곧바로 출동시키려고 해도 관내에서 구급차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구급차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심근경색·의식 저하·뇌출혈·뇌경색 등으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119 구급차를 타고 떠돌고 있다"며 "치료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에선 어떤 시스템도 가동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해식 의원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코로나 환자를 이송하느라 일반 환자를 이송시킬 구급차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긴급환자 발생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구급차와 인력확충 계획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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