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아이를 경찰관 5명이 심문” 日 경찰, 외국인에 부당 조사 논란

입력
2021.12.12 13:44
수정
2021.12.12 13:4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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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가스미가세키 소재 경시청 본청 청사 전경. 위키피디아

일본 도쿄 가스미가세키 소재 경시청 본청 청사 전경. 위키피디아


주일 미국대사관이 최근 “일본 경찰이 외국인에 대해 ‘인종적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이 의심되는 불심 검문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공식 트위터에 게재했다. 이 와중에 외국인에 대한 일본 경찰의 차별적 수사 관행을 드러내는 사건 관련 재판이 시작돼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인종적 프로파일링이란 경찰 같은 법 집행기관이 인종이나 피부색 등을 근거로 개인을 수사 대상으로 삼거나 범인으로 속단하는 것을 가리킨다.

12일 허핑턴포스트재팬 등에 따르면 남아시아 출신의 40대 여성 A씨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분쟁을 겪고 있는 상대방에게 동의 없이 경시청 경찰관이 제공했다는 이유로 도쿄도에 손해배상을 요구, 첫 구두변론이 지난 10일 도쿄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원고측 대리인이 대독한 편지에서 A씨는 “그 최악의 사건으로 우리 가족은 일본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조차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딸은 지금도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주일 미국대사관이 최근 “일본 경찰이 외국인에 대해 ‘인종적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이 의심되는 불심 검문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공식 트위터에 게재하며 일본에 거주하는 자국민에 대해 경고했다. 트위터 캡처

주일 미국대사관이 최근 “일본 경찰이 외국인에 대해 ‘인종적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이 의심되는 불심 검문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공식 트위터에 게재하며 일본에 거주하는 자국민에 대해 경고했다. 트위터 캡처


A씨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6월 1일 도내 공원에서 발생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큰딸은 미끄럼틀 근처에서 놀고 있었는데, 일본인 남성이 갑자기 “당신 딸이 내 아들을 찼다”고 항의했다. A씨는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고 반박했고 딸도 “찬 적이 없다”고 했지만 남성은 “재류카드(외국인 체류자격을 증명하는 신분증)를 내놓으라”며 위협했다.

이후 모두 6명의 경찰관이 달려왔는데, A씨는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워 30대 남성이 중재를 했다고 한다. 이 남성에 따르면 상대 남성이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반복했는데도 경찰관들은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경찰관은 외국인 여성의 딸에게 “네가 찬 거잖아” “정말 일본어를 못하는 거 맞아?”라며 추궁했다.

모녀는 경찰서에서 다시 조사를 받았는데, 단순한 다툼인데도 불구하고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심지어 3세밖에 안 된 큰딸을 모친과 분리한 채 방에 홀로 두고 경찰관 5명이 한꺼번에 조사를 하기도 했다. 귀가나 휴식하고 싶다는 요청은 물론 화장실에 가고 싶다, 딸의 기저귀를 갈고 싶다는 요청도 거부당했다. 경찰은 상대 남성에게 A씨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까지 줬다.

수많은 사람 중 외국인만 불러세워 불심 검문을 하거나 강압적으로 수사하는 등 일본 경찰의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조사 관행은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져 있다. A씨 변호인단도 경찰관들의 행위가 명백히 인종 차별적인 행위라고 비판하며, “경찰 조직 안에 ‘외국인은 치안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시청은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취재에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어, 최종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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