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널뛰는 '부정맥', 5분 이내 심폐소생술하지 않으면…

입력
2021.12.12 18: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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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사 90%가 부정맥으로 발생
패치형 연속 심전도 검사가 유용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5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자칫 돌연사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부정맥이 발생했을 때 5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자칫 돌연사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심장박동은 성인의 경우 분당 60~80회이고, 분당 60~100회까지 정상 맥박이다.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맥박이 빨라지거나 느려지게 된다.

이처럼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병이 바로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이다. 맥박은 빠르기에 따라 분당 60회 이하로 떨어지면 서맥(徐脈), 100회가 넘으면 빈맥(頻脈)이라고 한다.

부정맥은 전체 인구의 2% 정도(100만 명)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하는 환자는 20%에 그쳐 뇌졸중ㆍ심근경색으로 악화해 돌연사할 수 있다. 부정맥으로 인한 돌연사가 90%에 달해 부정맥은 ‘돌연사의 주범’으로 불린다. 요즘같이 일교차가 심해지는 날씨에는 부정맥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돌연사 90%가 부정맥으로 발생

부정맥은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쿵쾅쿵쾅하는 것 같다거나,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탕탕치는 듯하고, 가슴 속에서 심장이 한 번이나 연달아 덜컹대는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

맥 빠짐, 흉부 불쾌감, 호흡곤란, 어지러움, 실신, 피로감 등이 생길 수도 있다. 증상이 애매해 예민하거나 정신 질환이 있다고 오인받기도 한다. 부정맥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거나 영구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부정맥의 가장 흔한 유형은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빈맥에 속하는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이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돌연사 가능성이 높고, 뇌졸중도 일반인보다 5배가량 많이 발생한다.

가장 심각한 부정맥은 심실세동(心室細動ㆍventricular fibrillation)으로 전조 증상 없이 나타나 돌연사(급성 심장사)할 수 있다. 5분 이내 심폐소생술(CPR)을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가장 가벼운 부정맥은 조기 수축이다. 정상적으론 위대정맥과 우심방 접합부에 있는 ‘동방 결절(洞房結節ㆍsinoatrial node)’에서만 전기가 만들어지는데 심방이나 심실에서 정상 맥박보다 빨리 전기를 만들어 엇박자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부정맥으로 진단되면 약물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노태호 노태호바오로내과의원 원장(가톨릭대 명예교수)은 “심방세동의 경우 이를 제거하고 심장 리듬을 정상화하거나, 이를 놔둔 채 경구용 항응고제(와파린, NOAC)를 투여해 혈전을 예방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했다.

부정맥은 갑자기 생길 때가 많아 병원에서 10초 동안 찍는 심전도 검사나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로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부정맥은 갑자기 생길 때가 많아 병원에서 10초 동안 찍는 심전도 검사나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로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패치형 연속 심전도 검사가 유용

부정맥 원인은 담배ㆍ술ㆍ카페인을 즐겨 섭취하거나 불규칙한 수면 습관,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지적된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도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아침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일교차가 크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부정맥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심전도 검사’다. 심전도 검사는 팔다리와 가슴에 전극을 붙여 심장의 전기 활동을 기록하는 검사로 보통은 누워서 10초 동안의 리듬을 기록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24~48시간 동안 심전도 검사를 하는 ‘홀터 모니터(holter monitoring)’도 있다.

하지만 부정맥은 간헐적으로 갑자기 생길 때가 많아 병원에서 10초 동안 찍는 심전도 검사나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로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최수연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방세동 초기에는 부정맥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심방세동 환자의 20~30%는 무증상이어서 며칠 동안 연속 측정하는 패치형 연속 심전도 검사가 매우 유용하다”고 했다.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장기간 가슴에 패치를 붙이고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연속 심전도 장비가 많이 나왔다. 패치형 연속 심전도 검사는 부정맥 진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검사법도 편리해졌다.

‘운동 부하 검사’로도 부정맥을 진단한다. 운동 부하 검사는 심전도 검사로는 부정맥이 진단되지 않고 운동으로 인해 부정맥이 생기거나 악화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때 사용한다. 러닝머신처럼 생긴 기계나 자전거를 이용해 운동 강도를 점차 늘려가며 증상 발현, 혈압, 심박수 및 심전도 변화를 측정한다.

치료는 우선 부정맥을 정확히 진단한 후 원인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약물 치료로 항부정맥 치료제가 있다. 빠른 맥박이나 불규칙한 맥박을 정상화하기 위해 투여한다. 부정맥 종류와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게 처방된다. 증상이 심할 때 정맥 주사로 투여할 수도 있고 경구약으로 투여하는 방법도 있다.

‘인공 심장 박동기 이식술’도 있다. 맥박이 너무 느리게 뛰어 어지러움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유발할 때 전극선을 심장 안에 심고 전극과 연결된 전기 발생 장치를 피부 밑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심장에서 나오는 신호를 읽어 맥박이 뛰지 않을 때 정상적으로 뛰도록 해준다.

또한 심장 전기 생리 검사를 이용해 부정맥 원인이 되는 조직을 찾아 고주파를 방출하고 원인조직을 파괴해 부정맥을 완치시키는 ‘고주파 전극 도자 전제술’을 시행한다.

이 밖에 심장 안에 심는 전극선에 코일이 감겨 있어 심정지를 일으키는 심각한 부정맥(심실빈맥, 심실세동)이 생기면 자동으로 감지해 전기 충격을 가함으로써 심정지를 예방하는 ‘삽입형 제세동기(除細動機ㆍ심장충격기)’ 등의 치료법이 활용된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맥박이 아주 느린 서맥이라면 심장박동을 일으키는 ‘영구 심박동기(Pacemaker)’를 가슴에 삽입하는 수술을 한다.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과도한 음주나 카페인을 피해야 한다. 또 과로나 스트레스도 부정맥을 유발하는 만큼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편안히 유지해야 한다.

[부정맥 진단과 예방 수칙] <대한부정맥학회 제공>

1.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면 손목동맥을 만져서 고르게 뛰는지 확인한다.

2. 중년 이상이거나 고혈압 환자, 가족 중 돌연사한 사람이 있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심전도 검사한다.

3. 술과 카페인 음료를 삼가고 스트레스를 피한다.

4.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비만 등 기저 질환을 잘 관리한다.

5.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6.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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