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건강하려면 운동할까, 보양식을 먹을까?

입력
2021.12.12 19: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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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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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어떤 답이 나올까? 아마 ‘몸에 좋은 음식을 먹겠다’는 답이 높은 순위로 나올 것이다. 음식에는 이른바 ‘보양식’이나 건강식품, 비타민 등도 포함된다.

이처럼 ‘몸에 좋은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하거나 되찾겠다는 한국인의 관념은 뿌리가 깊다. 그런데 여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필자가 몸담은 (사)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는 한국갤럽과 같이 지난 9월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옴니버스 조사에서 ‘건강 인식-실천 항목’을 수행했다.

조사는 의학에서 6가지 기본 건강법으로 꼽는 ‘금연’ ‘절주(안 마시거나 하루 한 잔 이하)’ ‘운동(하루 45분 또는 일주일에 225분 이상)’ ‘적정 체중유지’ ‘건강한 식단’ ‘싱겁게 먹기’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건강에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1위 운동(50.1%)에 이어 금연(23.7%), 적정 체중 유지(10%), 건강한 식단(9.9%), 절주(4.3%), 싱겁게 먹기(2%) 순이었다.

특이한 점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운동을 꼽은 사람의 비율(51.7%)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 운동을 꼽은 사람의 비율(37.7%)보다 뚜렷하게 높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운동하는 사람이 건강하고, 건강한 사람이 운동을 선호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위 금연의 경우 응답자를 건강 상태별로 △매우 건강 △건강한 편 △건강하지 않은 편 △전혀 건강하지 않음 등 4단계로 분류할 때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금연이 중요하다는 응답자가 ‘매우 건강하다’는 사람 중에서는 20.9%에 불과했으나, ‘전혀 건강하지 않다’는 사람 중에서는 63.2%나 나온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이미 금연했기 때문이며, 반대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 중 흡연자 비율이 높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건강을 위한 ‘실천’ 비율에서도 1위는 운동(51.5%ㆍ이하 복수 응답)으로 ‘인식’과 같았으나, 2위는 건강한 식단(35.2%)’으로 차이가 있었다. ‘금연’은 4위(30%)였다.

다만 조사를 기획할 때 ‘건강한 식단’은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채소-과일, 견과류, 생선과 콩류, 통곡물, 유제품 등의 섭취’ 등을 의도했으나, 응답자 일부는 ‘몸에 좋은 식품’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아무튼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건강을 위해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비슷한 비율의 사람들이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실제로 몇 년 사이 공원이나 한강 둔치, 근교 산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개업하는 자영업 중 헬스클럽이 많다는 점도 운동 인구 증가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한국인의 칼로리와 영양소 대부분의 섭취량은 권장량을 넘어서고 있다. 또 어떤 식품에 특별히 몸에 좋은 성분은 없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지도 50년이나 됐다. 뭔가를 더 먹어서 건강해지겠다는 생각을 버릴 때가 됐다는 뜻이다.

혹시 무슨 운동을 할까 고민인 분이 있다면 걷기부터 추천한다. 2022년 새해부터 걷겠다는 결심을 다지고 있을 게 아니라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자.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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