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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토킹 살인… '신변 보호' 여성 집 찾아가 흉기 휘둘러 가족 참변

입력
2021.12.10 19:40
수정
2021.12.10 20:3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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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찾아가 흉기 난동, 어머니 살해·남동생 중상
경찰 신변보호 대상에 오른 지 사흘 만에 피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이 살해당한 서울 송파구 건물 주위에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다. 최주연 기자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이 살해당한 서울 송파구 건물 주위에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다. 최주연 기자

서울 송파구에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이 스토킹 가해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서울 중구에서도 경찰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여성이 전 남자친구였던 김병찬에게 피살되는 등 스토킹 강력범죄가 반복되면서, 스토킹처벌법과 신변보호 조치 등 피해자 보호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이모(26)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예전에 교제하던 여성 A(21)씨가 사는 송파구 잠실동 빌라 4층 집에 침입, 흉기로 A씨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사건 당시 현장에 없어 화를 면했다.

A씨는 이달 7일부터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가 돼서 긴급신고 기능이 있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고, 최근 이씨를 성폭행 혐의로 신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이씨의 위협 때문에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경찰 관계자는 "신변보호 개시 이후 A씨가 신고를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스토킹처벌법상 가해자 제재 조치는 받고 있지 않았던 걸로 확인됐다.

경찰은 외출 중이던 A씨 아버지로부터 이날 오후 2시 26분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A씨 아버지는 112에 "와이프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집에 들어온 것 같다"며 "남성 목소리와 다 때려 부수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시 31분쯤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소방은 잠긴 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A씨 어머니와 남동생을 발견했다. 이들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A씨 어머니는 오후 3시 30분쯤 숨졌고 남동생은 출혈이 심해 중태다.

이씨는 경찰 도착 후 집 창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고, 길에 흉기를 버린 뒤 옆 건물 가정집 2층 문을 부수고 침입해 장롱에 숨었다가 2시 51분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이 집은 비어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가 이별을 통보받고 성범죄로 신고당한 데 앙심을 품고 A씨에게 보복하려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들이 강력범죄 피해를 입은 건 올해만 해도 여러 건이다. 7월 제주에선 김시남이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과 관계가 틀어지자 여성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했고, 지난달엔 김병찬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와 가족들이 가해자의 지속적 위협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중에 발생했다.

스토킹을 법적 처벌 대상으로 삼기 위해 올해 10월 시행된 스토킹처벌법도 이런 강력범죄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법은 가해자에게 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의 단계별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가해자 인신구속(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은 가장 강력한 조치인 잠정조치 4호를 통해서만 가능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 등을 어기고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위원은 "인신구속을 담보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정원 기자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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