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없어서...서울서 울산까지 달리고, 환자 싣고 23시간 34분 '대기'

입력
2021.12.10 20:20
수정
2021.12.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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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부족으로 장거리 출동·장시간 대기 '일쑤'
코로나 외 구급상황에 대한 소방력 저하 우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 사망자들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북병원 주차장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실 앞으로 구급차가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 사망자들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북병원 주차장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실 앞으로 구급차가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9일 오후 2시 35분. 서울 강동보건소는 119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환자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침 증세를 보이고 있어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관내 모든 차량과 대원이 다른 확진자 이송에 투입된 상황. 119는 다른 자치구의 한 안전센터에서 구급차 한 대를 찾아내 출동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울산으로 이송하라는 안내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구급차는 환자를 차에 태우고 울산대병원으로 내달려 오후 8시에 도착했다. 울산은 서울에서 370㎞가량 떨어진 곳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나오면서 환자 병원 이송 업무를 담당하는 119구급대에 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10일 확보한 전국의 약 2,000개의 병상도 비수도권에 소재한 터라, 구급대의 환자 이송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이날 “병상이 없어 서울에선 경북 또는 충북까지 수백㎞를 달려가는 '장거리 출동'은 이제 예삿일이 됐다”며 “현장에 출동해서도 중수본의 병상 배정을 기다리며 차에서 환자를 보살피는 대기 시간도 길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환자 1명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소요된 평균 시간은 69분이었지만, 올해 90분으로 30%가량 늘었다.

확진자 이송에 장비와 인원이 대거 투입됨에 따라 코로나19 외 구급 상황에 대한 대응력 약화도 우려된다. 의료 체계 붕괴 우려가 소방 부문까지 확산, 소방구조체계 붕괴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관악구의 한 요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린 적도 있다. 이 역시 입원 가능한 병상을 찾을 수 없어서 대기 시간이 늘어난 경우다. 해당 확진자는 80대 중증 노인으로,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 인근 119안전센터 두 곳에서 출동, 교대로 살핀 덕에 환자는 무사히 인천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무려 23시간 34분이 흐른 뒤였다.

진광미 시 소방재난안전본부 구급관리팀장은 "출동 요청이 늘어나는 데다 병상 부족으로 현장 활동 시간도 길어지고 있어 업무에 부담이 크다"며 "특히 병상이 선정되기까지 중환자 1명을 보살피는 데 구급대 4, 5개가 투입되는 등 소방력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 이송으로 구급 업무에 걸리는 과부하를 방치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구급 소방서비스가 필요한 곳이 많은데, 코로나19 대응으로 소방력 저하가 누적되고 있다"며 "구급차가 다른 위급 상황에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확진자 임시 보호시설 마련 등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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