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의혹 유한기 극단 선택에 검찰 "불행한 일...매우 안타깝다"

입력
2021.12.10 09:41
수정
2021.12.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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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기 9일 구속영장 청구...14일 심사 앞둬
검찰 당혹 분위기...성남시 윗선 수사 제동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계자들에게 2억 원을 수뢰한 의혹을 받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의 사망 소식에 검찰이 "매우 안타깝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은 9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0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 전 본부장 사망과 관련해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4시 10분쯤 경기 고양시 거주지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사라져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고, 오전 7시 40분쯤 자택 인근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오는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예정돼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 사업 부지 일부가 개발이 제한되는 '1등급 권역'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돕고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총괄하면서 당시 민간사업자로 참여했던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에게 특혜를 주는 등의 대가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2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느낄 만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7일까지 유 전 본부장을 여러 차례 소환 조사해 2억 원을 받은 경위 등을 캐물었지만, 유 전 본부장은 뇌물수수 의혹을 계속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이 사망하면서 검찰의 '성남시 윗선 수사'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유 전 본부장은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공사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대화 녹취록을 통해, 유 전 본부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 실장' 등의 지시가 있었다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여기서 '정 실장'은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또한 이 대화에서 유 전 본부장이 "시장님 이야기입니다"라며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언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 전 본부장이 당시 성남시 관계자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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