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 “장릉 인근 아파트 높이 낮춰야”…건설사에 개선안 재제출 요청

입력
2021.12.09 19:50
수정
2021.12.0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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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문화재위 심의 또 보류
건설사 2곳은 회의 하루 전 심의 철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너머로 검단 신도시의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너머로 검단 신도시의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화재청 자문 기관인 문화재위원회(문화재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기 김포시 장릉 인근에 허가 없이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에 아파트 높이를 조정할 것을 사실상 권고했다. 일부 건설사는 이를 예상하고 문화재위 회의 하루 전 심의를 철회해 이 사안은 결국 법정 다툼을 통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대방건설의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공동주택 건립 현상변경 신청 건에 대해 심의한 궁능ㆍ세계유산합동분과 위원회는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건설사로부터 2주 내에 제출받은 후 재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류 결정은 이번이 세 번째다. 다만, 이번 심의에선 봉분 앞에 놓는 장방형 돌인 혼유석에서 높이 1.5m의 조망점을 기준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이미 건립된 건축물(삼성쉐르빌아파트)과 연결한 마루선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할 것을 구체적으로 요청했다.

문화재위는 건물 높이를 조정하지 않고서는 장릉의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왕릉의 주인이 위치한 봉분에서 넓고 높게 트인 공간을 확보해 시각적 개방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경관적 특징은 적절히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는 게 문화재위의 설명이다. 건축물의 높이를 조정하면 경관이 개선되고, 상부층 일부를 해체해도 하부구조물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문화재위는 나무로 가리는 방안은 최소 33m에서 최대 58m 높이의 수목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문화재위 권고를 건설사가 받아들여 새로운 개선안을 제출할지는 불투명하다. 건설사는 높이를 조정하는, 즉 이미 지은 부분을 일부라도 철거하는 것에 대해 그동안 난색을 표해왔다.

이미 건설사 3곳 중 2곳인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은 전날 문화재위 심의 요청을 철회, 법원의 판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뜻을 내비쳤다. 건설사들의 문화재보호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은 내년 초 개시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9월 해당 아파트들이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고, 건설사들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개정된 문화재청 고시에 따르면 문화재 반경 500m 안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 이상의 아파트 건축 시 개별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금성백조 관계자는 “문화재청 고시는 국토교통부 고시와 상충하며 경기도 문화재보호 조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으로는 행정소송을 통해 아파트가 지어진 곳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포함되는지 아닌지가 가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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