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라 감싼 나흘... '막말' 노재승, 윤석열에 상처 남기고 사퇴

입력
2021.12.10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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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등 막말 전력으로 자격 시비에 휩싸인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사퇴했다. 임명 나흘 만이다. 그는 이날 오전까지 정면 돌파 의지를 불태웠지만 "같이 가기 어렵다"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면서 스스로 물러났다.

'말 잘하는 30대 청년 사업가'를 선대위 간판으로 내세워 혁신 이미지를 얻겠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구상은 삐끗하게 됐다. 독재 옹호·여성 비하 발언으로 초고속 사퇴한 함익병씨에 이어, 공동선대위원장 영입 실패 사례가 또 하나 쌓였다.

'버티기' 시사했지만... 태도 바꿔 "거친 문장 사과"

노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내려놓는다”며 “과거에 제가 작성했던 거친 문장으로 인해 상처 입으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지지 연설로 떴고, 이달 5일 청년 몫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5ㆍ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칭하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빛이 바랬다.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 “코로나 재난지원금은 개밥 주는 것” "정규직을 폐지해야 한다" "반일(反日)은 정신병" 등 그가 쓴 극우 성향의 글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리스크'로 떠올랐다.

9일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안장식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국민의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안장식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국민의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함익병 기준 처리 가능" 공개 엄포

노 전 위원장은 “사인(私人) 시절 한 발언이라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들어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9일 오후 들어 당내 기류가 싸늘해졌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No"라고 말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노 전 위원장 거취에 대해 “당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 결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이 함익병씨를 언급하자 "비슷한 형태로 처리될 수 있다"고 했다. 함씨를 김 총괄위원장이 영입한 터라 더욱 무게가 실렸다.

김 총괄위원장의 직할 조직인 총괄상황본부는 이날 오전 '노재승 사퇴 불가피' 결론을 내리고 선대위 주요 인사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방송 예정이던 노 전 위원장의 정강ㆍ정책 TV연설을 취소한 것도 정리 수순이었다. 선대위 관계자는 “방송 연설이 나가고 나면 인선을 무르기가 어려워질 수 있어 급히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청년'이라며 감싼 지도부, 상처 키웠다

이번 사태로 적지 않은 내상이 남았다. 윤석열 후보를 비롯한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은 좀처럼 결단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었다. 윤 후보는 9일까지 “아직 종합 보고를 못 받았다. 좀 더 지켜보자”며 미온적 태도를 취했다. 노 전 위원장을 영입한 권 사무총장은 “젊은 시절에 이런저런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감싸기도 했다. 청년을 내치는 모양새를 피하고 싶었던 듯하지만, 노 전 위원장의 발언은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중도 확장'이라는 윤 후보의 목표와도 어긋났다.

노 전 위원장은 떠났지만, 상처는 윤 후보가 입게 됐다. 이에 선대위 인사 검증 절차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 사무총장도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한다"고 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앞으로는 검증 절차를 거쳐 이런 문제가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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