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 논란에 사상 첫 정답 결정 유예까지... 혼돈에 빠진 수능

입력
2021.12.09 19:00
수정
2021.12.09 19: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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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선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정선 변호사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출제오류 관련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이 유예됐다. 수능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여기에다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까지 겹쳤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9일 "모든 수험생의 성적표는 예정대로 10일 배부하되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6,515명)의 성적표에 생명과학 과목부분은 공란으로 처리해 배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후속 대학입시 일정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각 대학 등과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수험생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평가원이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은 1심 본안 소송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은 본안 소송 확정 시까지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재판부는 1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만 멈추기로 결정했다.

생명과학Ⅱ 점수는 공란으로 처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동물 종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하는 문제다. 계산을 해보면 개체 수가 자연에서 있을 수 없는 음수가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 자체가 오류라는 주장이 일었다. 하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다른 조건들을 가지고 정답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지난달 29일 결론지었다. 그러자 수험생들이 정답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을 함께 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교육부와 평가원은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생명과학 과목부분은 공란으로 처리해 성적표를 배부하기로 했다. 이 과목에 응시하지 않은 수험생들은 예정대로 정상적인 성적표를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의 정식 재판 결과에 따라 수능 점수가 뒤바뀔 수도 있어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학년도 수능 수학 교육과정 준수 여부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학년도 수능 수학 교육과정 준수 여부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급 불수능... 만점자 단 1명

이번 수능은 국어, 영어, 수학 모든 과목이 어려운 '불수능'이었음이 채점 결과 확인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 때문에 난이도 조정을 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적절하게 이를 반영하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우선 국어와 수학은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49점, 147점으로 지난해에 이어 각각 5점, 10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점수 최고점은 오르고 쉬울수록 내려간다.

올해 절대평가 전환 5년 차를 맞는 영어도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학생 비율이 6.25%로 지난해(12.66%) 대비 '반토막' 났다. 사교육 과열을 막고 도농 간 격차를 줄이겠다는 절대평가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이다. 작년 6명(재학생 3, 졸업생 3)이었던 수능 만점자는 올해 단 1명(졸업생)으로 줄었다.

강태중 평가원 원장은 "수능 영어와 한국사에 절대평가 제도 도입 후에 전체 만점자라는 뜻은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에서 만점을 받고,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영어와 국사에서는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을 가리킨다"며 "이런 조건을 갖춘 학생은 이번에 1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감안한 난이도 조절 실패... "책임을 느낀다"

이번 수능이 전체적으로 어려워 난이도 조절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강 원장은 "수험생이 어렵다고 체감한 것 자체가 상당히 중요한 사인"이라며 "수험생들이 그렇게 느낀 것에 책임을 느낀다"고 답했다.

앞서 교육부와 평가원이 지난해 11월 중3, 고2 전체 학생의 약 3%를 표집해 국어, 수학, 영어 학력을 평가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내놨다. 그 결과 모든 과목 성적이 다 떨어졌다.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가 꼽혔고, 정식 수능 때 이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수능을 통해 특히 수학의 학력 격차가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양극화도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태석 기자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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