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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이후 중환자 상태 더 악화... 매순간 시한폭탄 안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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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연속 7,000명대다. 곧 1만 명을 찍을 거란 전망에, 2년 가까이 코로나19 중환자실을 지켜온 의료진은 앞으로가 더 두렵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모두가 힘들어지니, 의료진 고생은 당연한 일이 됐다. ‘코로나 영웅’은 옛말이다. 수도권의 한 공공의료기관에서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중환자들을 돌봐온 간호사, 의사와 서면,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들의 요청으로 이름과 병원명은 밝히지 않는다.
-중환자실 상황을 전해 달라.
간호사: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환자들이 여기저기서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진정제를 쓰는 환자들은 바로 누우면 폐가 심장에 눌리기 때문에 엎드린 자세로 자주 바꿔 줘야 한다. 한 명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의료진 4, 5명이 달라붙는다. 환자 몸에 연결된 각종 기기들이 빠지지 않도록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뒤집고, 다시 뒤집고를 반복한다. 근무시간 내내 시한폭탄이 터질까 가슴 졸이는 기분이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과 비교하면 어떤가.
간호사: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들만 오고 있다. 전엔 중환자라도 기관 삽관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급격히 폐가 나빠져 기관 삽관에 인공호흡기,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치료까지 필요한 환자가 더 늘었다.”
-상황이 훨씬 어려워진 것 같다.
간호사: “보호구 때문에 온몸이 무딘 상태에서 많은 장치들을 다뤄야 하는 게 정말 힘들다. 중증이 워낙 많아져서 중환자실 들어가면 퇴근 전까지 한 번도 나오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 휴식도 거의 없고 퇴근도 제때 못 한다.”
의사: “평생(현재 40대 중반) 잃었던 환자보다 코로나19 이후 더 많은 환자를 잃었다. 인공호흡기 달면 70~80%가 사망한다. 환자 잃는 트라우마까지 더해져 참 힘들다.”
-간호사는 몇 명이 일하나.
간호사: “중환자 병상은 9개이고, 정규직이 24명 있다. 이달 들어 파견직 12명이 왔는데, 그새 1명이 그만뒀다. 파견 간호사 업무는 혈압이나 체온 재기, 환자 요구 들어주기, 병상 정리, 투약하기, 기저귀 갈기, 목욕 시키기 같은 기본 업무로 제한된다.”
-실제 힘든 치료는 정규직 간호사가 도맡는 건가.
간호사: “파견직에게는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는다. 그래도 파견직은 휴식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보장받는다. 월급도 900만~1,000만 원으로 훨씬 많다. 정규직은 350만~400만 원이다. 장기간 일해온 정규직은 파견직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고민 끝에 사직하고 파견 가겠다는 동료가 늘고 있다.”
의사: “환자가 에크모를 달아도 의사가 곁에 있는 건 서너 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은 간호사 몫이다. 의사는 간호사 없으면 환자 못 본다. 묵묵히 중환자 곁을 지켜온 정규직 간호사들에게 너무 가혹하고 불합리하다.”
의료기관 | 생활치료센터 | 임시생활시설 | 선별진료소, 임시선별검사소 | 예방접종 | 기타 | 합계 | |
---|---|---|---|---|---|---|---|
의사 | 154 | 45 | 29 | 0 | 0 | 0 | 228 |
간호사 | 1049 | 278 | 18 | 420 | 59 | 83 | 1907 |
간호조무사 | 176 | 1 | 0 | 0 | 0 | 3 | 180 |
요양보호사 | 169 | 0 | 0 | 0 | 0 | 7 | 176 |
임상병리사 등 | 55 | 18 | 13 | 309 | 34 | 0 | 429 |
합계 | 1603 | 342 | 60 | 729 | 93 | 93 | 2920 |
-병원에서 고생을 인정해주지 않나.
의사: “중환자실 의료진을 마치 당연히 코로나19에 매여 있는 사람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방호복에 익숙해질 때 되지 않았냐, 정규직 간호사는 월급 적은 대신 안정적이지 않냐라고 쉽게 말하는 다른 의사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의사: “백신을 맞아도 중환자는 생긴다. 언제까지 의료진, 특히 간호사들에게 희생만 강요할 건가. 노동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져야 남은 시간을 버텨낼 수 있다.”
간호사: “10년 가까이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며 셀 수 없이 많은 죽음을 봤지만, 여전히 무섭다. 동료들이 떠나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감염병은 코로나19로 끝나지 않을 거다. 이대로라면 다음 팬데믹 땐 중환자를 돌보려는 간호사가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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