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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 수 있을까?" 세대주가 된 29세 오영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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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사회의 주요 화두가 아니었던 적은 없다. 그러나 근 몇 년간 부동산이라는 화두는 다른 모든 이야기를 집어삼켰다. 정치·경제를 넘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지배적 가치가 됐다. 2인 이상이 모이면 부동산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사회를 추동하는 가장 큰 힘이자 개인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니 문학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고 할 때, 그의 삶은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 고민을 경유하게 된다. 최근 출간된 최양선 작가의 장편소설 ‘세대주 오영선’은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부동산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동상이몽을 통해 “집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새롭게 던진다.
주인공인 오영선은 중소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20대 후반 여성이다. 6개월 전 엄마가 사망하며 졸지에 동생과 둘이 사는 집의 세대주가 됐다. 엄마의 장롱에서 16년 전 만들어둔 청약통장을 발견했어도 집을 살 일이 없으니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여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자기 아들이 들어와 살 것이라며 영선에게 집을 비워달라 통보해오며 혼란에 빠진다.
영선의 반대에는 회사 선배 주 대리가 있다. 강남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늘린 부모님 밑에서 자란 주 대리는 부모님 조언에 따라 과천에 신혼집을 마련했고 또 다른 아파트 청약 점수를 높이기 위해 둘째 임신을 계획 중인 인물이다.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이 삶의 목표인 주 대리의 눈에 청약통장을 손에 쥔 영선이 들어오고, 주 대리는 영선을 모델 하우스로 데리고 다니며 부동산 세계로 이끈다.
소설은 “대출은 위험한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돈을 모아서 아파트를 사는”지 알 수 없다던 영선이 “대출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이라는 주 대리의 조언에 따라 부동산 세계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외에도 용인시에 아파트를 샀다 집값이 폭락하는 경험을 했던 단골 카페 사장,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죽어라 일했지만 끝내 빚만 갚다가 세상을 떠난 영선의 부모님, 강남 아파트를 분양받아 경제적 자유를 이룬 주 대리의 부모님 등 다양한 세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문제에서 선인과 악인은 나뉘지 않는다. 그저 각자 처한 상황이 있을 뿐이다. 오로지 부동산에 초점을 맞췄을 뿐인 소설이 이토록 다양한 이해관계를 다룰 수 있는 이유다.
소설은 영선이 대출을 받아 아파트로 이사 가는 장면에서 끝난다. 소설은 여기에서 한차례 매듭 지어지지만, 종래에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될지 아닐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최종 결말은 영선이 구입한 아파트 시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영선은 이사 간 아파트의 베란다에 기대 서서 부동산 시세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호갱노노 앱을 켠다. 3.5, 4.5, 5, 6.5 등으로 표시된 아파트 시세는 영선의 삶이 이제 그 숫자 안에 영원히 종속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알려준다. 대출 이자를 갚으며 이어질 영선의 앞으로의 삶은 이제 아파트 시세에 따라 그 행불이 결정될 것이고, 영선이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에서 웃게 될지 절망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소설의 배경이 2017년임을 감안할 때, 그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었을지는 독자인 우리가 짐작해볼 수 있다. 3~4년 사이에 집값은 믿기 힘들 만큼 가파르게 올랐다. 호갱노노 앱을 찾아보니 2017년 영선이 매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분당 오리역 인근의 3억대 초반 소형 아파트는 2021년 12월 기준 7억 중반까지 뛰었다. 작가는 맨 뒤에 짧은 에필로그를 덧붙인다. 에필로그에서 영선은 이렇게 말한다. “샀을 때보다 두 배가 올랐어. 단기간에 이렇게 집값이 오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현실은 소설가의 상상력마저 가볍게 뛰어넘는다. 아찔한 속도로 질주하는 현실이 소설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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