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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악마적 만행… 10대 포함 11명 산 채로 불태웠다

입력
2021.12.08 16:45
수정
2021.12.08 16:56
18면

軍차량 기습에 집단 보복 학살
입 닫은 군부, 캄보디아에 손짓

7일 미얀마 사가잉주(州) 살링기시(市) 도네또 마을에서 발견된 미얀마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 산 채로 불에 탄 시신이 있었던 자리에 흰색 자국이 남아 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7일 미얀마 사가잉주(州) 살링기시(市) 도네또 마을에서 발견된 미얀마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 산 채로 불에 탄 시신이 있었던 자리에 흰색 자국이 남아 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시민저항군의 연이은 기습 공격에 이성을 잃은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민간인 11명을 산 채로 불에 태우는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질렀다. 특히 희생자 중엔 10대 소년 5명도 포함됐으나, 군은 어떤 해명도 없이 반군 소탕 작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8일 미얀마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무장한 100여 명의 정부군은 전날 오전 11시 사가잉주(州) 살링기시(市) 도네또 마을을 급습했다. 같은 날 오전 마을 부근을 지나던 군용 트럭에 폭탄을 던진 시민군을 색출해 응징하겠다는 명목이었다. 군 병력의 진입을 본 주민들 대부분은 황급히 인근 밀림으로 대피했다. 이들은 총성과 군인들의 고함 소리가 잦아든 이후 마을로 조용히 돌아갔다.

그런데 피해 상황을 확인하다 마을 내 농장 공터를 본 주민들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검게 그을린 시신 11구가 불에 탄 채 바닥에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타지 않은 금속 장신구 등으로 신원을 확인한 결과, 모두 마을 주민들이었다. 게다가 11명 중 5명은 18세 이하 청소년이었다. 가장 어린 희생자는 14세였다.

군의 만행을 목격했다는 한 주민은 "체포 당시 사망자들은 모두 비무장이었다"며 "군인들은 그들이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심하게 구타한 뒤, 손을 뒤로 묶어 불태웠다"고 말했다. 목숨을 잃은 주민들은 시민군 활동을 원거리에서 돕던 민주 인사들로, 쿠데타 이전에는 마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돕던 자원봉사자였다고 한다.

군부의 민간인 학살에 민주 진영은 일제히 분노했다. 국민통합정부(NUG)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끔찍한 참사는 테러리스트 군부가 사람의 목숨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 준다"며 "국제사회는 군부를 멈춰 세우고 쿠데타를 끝내 미얀마인들을 하루빨리 악몽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군부는 어떤 해명과 기조 변화도 없이 입을 닫고 있다. 오히려 주요 시민군 거점 지역에서 소탕 작전의 강도를 높이고만 있다. 이 과정에서 만달레이 구청 인근에 거주하던 5세 여아가 정부군이 난사한 실탄을 머리에 맞아 즉사하기도 했다.

군부는 내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이 되는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달 7, 8일 훈센 총리를 현지로 초청해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만나게 하기 위해서다. 예정대로 일정이 진행되면, 훈센 총리는 쿠데타 이후 미얀마를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이 된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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