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오미크론 낙관론'에 줄어드는 'O의 공포'… 코로나 조정장도 갈수록 짧아져

입력
2021.12.0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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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보건당국 '오미크론 증세 경미' 관측
증시 급락→전고점 회복 기간도 단축세
"치명률 적어 새 변이 가능성 높아" 경고

7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정면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앞으로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7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정면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앞으로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세계 금융시장에서 이른바 ‘O(오미크론)의 공포’가 한풀 꺾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지구촌에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긴 하지만, 증세와 치명률이 예상보다 경미하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새 변이가 불러온 코로나 조정장 역시 ‘2주 천하’에 그치면서 감염병이 불러오는 충격의 파장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이다.

파우치 “오미크론 심각하지 않아”

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오미크론 변이의 광범위한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하지는 않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소장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초기 징후들을 볼 때 오미크론 변이가 ‘거의 틀림없이’ 델타 변이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틀 전 CNN방송에 출연해 “지금까지 신호는 약간 고무적이다. 심각성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한 데 이어, 재차 '상대적 안전성'을 강조한 셈이다.

세계 최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 발생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새 변이 증상이 기존 바이러스보다는 훨씬 가볍다고 본다. 파리드 압둘라 남아공의학연구위원회 에이즈·결핵 연구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우탱주(州) 스티브 비코 종합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감염자 166명을 분석한 결과, 70%가량은 산소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은 환자들이었다고 밝혔다. 평균 입원 기간도 2.8일로 오미크론 변이 발생 전 18개월간의 입원 평균치(8.5일)보다 크게 짧았다.

환자 가운데 변이 감염자가 몇 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지역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곳이다. 상당수가 새 변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중증으로 악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당초 오미크론 변이 등장에 초비상이 걸렸던 유럽 각국의 보건당국에서도 '위험도가 덜하다'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첫 보고 2주 만에 최소 50개 국에 퍼졌을 정도로 강한 전파력에 비해 증세가 심각하진 않아 ‘코로나의 감기화’를 앞당기는 게 아니냐는 희망적 관측마저 나온다.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에 도착한 승객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에 도착한 승객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나스닥 3% 급등… 금융시장 ‘안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간 변이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던 세계 증시가 제일 먼저 반응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4%, S&P500지수는 2.07%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03%나 급등했다. 유럽 증시에서도 독일(DAX30)과 영국(FTSE100) 프랑스(CAC40) 모두 2%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는 아시아로도 이어졌다. 8일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34%(10.08포인트) 오른 3,001.8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000선을 기록한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코스닥도 0.94% 상승한 1,006.04에 거래를 마감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잦아들면서 국제 유가도 반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물은 전날보다 3.7% 뛰어오른 배럴당 72.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4일 이후 2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감염병이 불러오는 조정 장세가 날이 갈수록 단축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처음 시작된 이후 ‘바이러스 출현 또는 대확산에 따른 증시 급락→전고점 회복’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7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4%, S&P500지수는 2.07%, 나스닥지수는 3.03%씩 각각 올랐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7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4%, S&P500지수는 2.07%, 나스닥지수는 3.03%씩 각각 올랐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신문 자체 집계 결과, S&P500지수가 지난해 2, 3월 코로나19 첫 발발로 급락한 뒤 이전 최고치를 다시 찍을 때까지는 무려 25주 6일이 소요됐다. 미 전역에서 2차 대유행과 고강도 봉쇄 우려가 커졌던 지난해 9, 10월에는 10주 2일이, 델타 변이 확산에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맞물린 올해 9, 10월에는 7주가 각각 걸렸다.

반면 아직 현재진행형이긴 해도 이번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처음 그 존재가 알려진 지 딱 2주 만에 증시 충격에서 상당 부분 회복했다. 델타 변이 때보다도 조정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NYT는 “주식시장은 감염병 경로를 보여 주는 ‘바로미터’가 돼 왔다”며 “지금의 추세는 시장이 대유행 초기와 비교해 바이러스 관련 뉴스를 갈수록 수월하게 소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장밋빛 전망’ 경계 목소리도

물론 각국 보건전문가들과 월가의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주최 행사에서 “빨리 퍼지는 바이러스가 있다는 게 좋은 뉴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빠른 전파는 (변이 바이러스가) 수십억 명의 몸에 들어갈 수 있고, 또 다른 변이가 더 나올지도 모른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남아공에서 경증 환자들이 많다’는 초기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낙관론에 대해서도 그는 “단정적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60세 이상 고령자가 남아공 인구의 5%에 불과하고, 다른 취약 계층인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양성 인구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 등 주요 변수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감염병학자 에밀리 걸리 박사도 NYT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 경증 추세가) 사실이라고 해도 놀랍지는 않지만, 아직 그렇게 결론을 내려도 될지 확신하진 못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의 충격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데다, 중증 악화나 사망이라는 결과가 감염된 지 한참 이후에야 초래되기도 하는 경향을 고려한 신중론이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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