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호주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

입력
2021.12.08 10:17
수정
2021.12.0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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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호주, 美 맹목적 추종… 오든 말든 신경 안 쓴다"
뉴질랜드도 '코로나19' 탓에 정부대표단 불참 결정
日·英·캐나다도 검토 중… 보이콧 움직임 확산되나

5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5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호주 정부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다. 중국 인권침해를 문제 삼으며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한 나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제시한 뉴질랜드까지 포함할 경우, 정부 대표단을 베이징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국가는 벌써 세 곳으로 늘어났다.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치인이나 정부 관리로 구성된 공식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것을 뜻하는데, 향후 서방 국가들의 동조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과 호주에 대한 무역 제재 등 호주 정부가 그간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중국 정부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호주의 핵잠수함 확보 문제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최근 중국과 ‘충돌’이 이어진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수출국일 정도로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였으나, 호주가 미국 주도 아래 중국 기업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고,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가 틀어졌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과 바닷가재 수입 금지로 호주에 보복하고, 호주는 미국 영국과 함께 중국 견제를 위한 3국 안보협의체 ‘오커스’를 출범시키며 대응했다.

중국은 호주의 보이콧 선언을 평가절하했다. 왕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호주 정부 당국자를 초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든 말든 신경 쓸 사람은 없다”며 “호주 정치인들이 정치적 사리사욕을 위해 쇼를 벌이는 것은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외교적 보이콧은) 호주 정부가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할 정도로 개별 국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비판하며 “중국은 호주의 행동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이미 호주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행렬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의 우방인 영국과 캐나다 등도 이 사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 외교를 중시하는 일본의 경우, 각료 파견을 보류하고 그보다 격이 낮은 스포츠청 장관이나 일본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논의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2026년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이탈리아는 외교적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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