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낸 변호사가 먼저 매칭" vs "법률 서비스 접근성 높여" ['법률 플랫폼' 공방]

입력
2021.12.08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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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변회·민간업체, '변호사 소개 플랫폼' 토론회
업체 "정액 광고 문제없어… 플랫폼은 시대 흐름"
변회 "플랫폼에 종속 우려... 공공성 침해 가능성"

'변호사 소개 플랫폼 및 리걸테크의 미래상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변호사 소개 플랫폼 및 리걸테크의 미래상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변호사 소개 플랫폼 이용자가 늘수록 회원 변호사도 돈을 벌고, 플랫폼은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 플랫폼이 '변호사 선수'들을 지휘해 성과를 내는 경영자·동업자가 되는 거다. 광고가 아닌 '특이한 사무장 로펌'인 셈이다."(김기원 변호사)

“(플랫폼은) 변호사 접근성을 높이는 서비스다. 시장 독점에 따른 문제는 규제할 수 있지만, 민간 플랫폼 자체를 금지하자는 건 옳지 않다. 모바일로 다양한 정보 얻고 상담할 길이 있는데, 누가 예전처럼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겠나."(안기순 변호사)

'변호사 소개 플랫폼'을 두고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와 로톡을 주축으로 한 민간 플랫폼 업체 측이 6일 격론을 벌였다. 서울변회 측은 "플랫폼의 시장 지배로 변호사는 종속되고,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라는 주장을 편 반면, 민간 업체 측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라고 반박했다.

올해 변호사 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법률 플랫폼'이었다. 교통·쇼핑 등 각종 경제 분야가 '플랫폼화'되고 부작용도 조금씩 드러난 상황에서, 법률 시장에서도 '소개 플랫폼'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업계에선 "법률 시장 접근성을 높일 혁신"이라는 기대와 "공공성을 침해할 시장 교란자"라는 우려가 한데 섞여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로톡 급성장에 "플랫폼 잡겠다" 나선 변호사 단체

변호사와의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원 변호사들의 광고를 게재하는 법률 플랫폼 '로톡' 서비스 화면. 로앤컴퍼니 제공

변호사와의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원 변호사들의 광고를 게재하는 법률 플랫폼 '로톡' 서비스 화면. 로앤컴퍼니 제공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로마켓·로시컴 등 온라인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의 서비스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등장했다. 그때마다 변호사 단체는 '변호사법상 금지된 알선 행위'라고 문제 삼으며,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서곤 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법률 분쟁을 겪으며 문을 닫았다. 변호사 단체의 텃세도 있었지만, 애초 플랫폼에 대한 시장 호응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지난해 3월 전문지식 상담 플랫폼 '엑스퍼트'를 통해 법률 상담 서비스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4년 출범한 로톡도 최근 1, 2년 사이 공세적 마케팅으로 회원 수를 빠르게 늘리면서 존재감이 커졌다. 로톡은 2018년 5월 가입 변호사 회원 수가 1,000명이었지만, 올해 3월엔 그 수가 4,000명에 근접해 4배 수직 상승했다.

업계에선 기대와 함께 위기의식도 팽배해졌다. 그러던 중 ‘직역수호변호사단’ 대표로 활동하며 플랫폼 문제를 집중 공략하던 이종엽, 김정욱 변호사가 올해 초 각각 변협과 서울변회 회장에 당선되면서 변호사 단체들의 '플랫폼 잡기'가 시작됐다.

변협은 올해 5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등을 개정해 변호사들이 플랫폼에 가입하는 걸 금지했다. 플랫폼에서 탈퇴하지 않은 이들을 상대로는 징계라는 강수를 두기까지 했다. 그 여파로 실제 가입 변호사 수가 올해 9월 기준 2,000명 아래로 주저앉았다는 게 로톡 측 설명이다.

하지만 변협의 강경 대응은 점차 '고독한 싸움'이 돼가는 양상이다. 최근 법무부나 수사기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연달아 ‘로톡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고 플랫폼 업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변협은 “로톡은 변호사법상 금지된 변호사 소개·알선·유인을 하는 온라인 '사무장 로펌'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플랫폼이 변호사 통제” vs “정액 광고비 받을 뿐”

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변호사 소개 플랫폼' 토론회에서 코로나19 확진으로 화상을 통해 참석한 로톡 측 안기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변호사 소개 플랫폼' 토론회에서 코로나19 확진으로 화상을 통해 참석한 로톡 측 안기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울변회 주최로 6일 열린 '변호사 소개 플랫폼 및 리걸테크의 미래상 모색을 위한 토론회’의 핵심 쟁점도 플랫폼 서비스를 '불법인 변호사 소개로 볼 것인지, 합법인 광고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이사인 안기순 변호사는 "법이 금지하는 유상 소개는 ‘대가성’과 ‘특정성’이라는 두 개 조건이 있다”며 "현행 플랫폼은 사건 수임 건수나 수임액에 따라 (변호사와) 돈을 나눠갖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매달 정해진 광고비나 운영비를 받을 뿐이라는 취지다. 또 "사용자는 (플랫폼 상의) 여러 변호사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선택하는 거라 특정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변회 측인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장은 "단순 광고 수익을 노리는 수준을 넘어선 법조 브로커"라고 맞섰다. 그는 "플랫폼은 활동 변호사에게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조언하고, 평점과 후기로 사실상의 인사고과를 주고 있다"면서, 이런 '서비스 관리' 과정에서 변호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침해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더 나아가 민간 플랫폼이 시장 지배적 위치에 오를 경우, "변호사가 플랫폼에 종속되고, 플랫폼이 변호사 단체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변호사는 “시장 독점화로 생기는 문제에 대해 규제하자는 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민간) 플랫폼 자체를 금지하자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쉽게 변호사 상담 가능” vs “돈으로 전문성 갈음”

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변호사 소개 플랫폼' 토론회 제2세션에 서울변회 재무이사인 우지훈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21.12.06

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변호사 소개 플랫폼' 토론회 제2세션에 서울변회 재무이사인 우지훈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21.12.06

법률 플랫폼의 공익과 폐해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민간 플랫폼을 지지하는 구태언 변호사는 "국민들이 법률 시장에서 가장 원하는 건 복잡한 과정 없이, 부담 없이 믿을 만한 변호사를 직접 선택하고 상담 받을 기회고, 플랫폼이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변회 재무이사인 우지훈 변호사는 "전문성과 능력 없는 변호사도 돈으로 (광고) 서비스를 신청하면, 전문성 있는 사람보다 먼저 매칭되는 건데 이게 국민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냐"고 맞섰다. 이어 "변호사 입장에선 광고비를 많이 지출하면 비용 회수를 위해 박리다매로 수임하거나, 수임한 사건 처리가 소홀해질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욱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법을 다루는 변호사가 특정 자본이나 기업에 휩쓸릴 경우 국민 기본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가능한 투명하게 변호사 정보를 공개하는 공공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에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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