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플랫폼이 해법" VS "변협이 해야만 공정하냐" ['법률 플랫폼' 공방]

입력
2021.12.08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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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서울변회 "공공플랫폼, 내년 상반기 공개"
변호사 공공성·독립성 담보 위해 '변협'이 운영
사설 플랫폼 "변협이 통제하려는 시도 불합리"

법무부가 지난 8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 관련 입장 발표를 앞둔 가운데 한 청년변호사가 서울고검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가 지난 8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 관련 입장 발표를 앞둔 가운데 한 청년변호사가 서울고검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 변호사단체는 ‘법률 플랫폼 공방’에 있어 공공을 중심으로 한 변호사 소개 플랫폼 운영이 또 다른 해법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일반 기업이 플랫폼을 독과점하게 될 경우 자본 논리에 변호사가 종속되면서 법률 시장 고유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운영 주체로 변협 등이 얘기하는 공공이 결국은 변호사단체라는 건데, 이를 적합한 공공플랫폼 주체로 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이다. 플랫폼 운영의 주도권을 단체가 쥐겠다는 변협 등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변협 "공공성과 독립성 위해 공공플랫폼 필요"

7일 서울변호사회(서울변회)에 따르면, 변협과 서울변회는 지난 8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체 입찰을 한창 준비 중이다. 플랫폼 통제권을 변협 쪽에서 갖고, 사기업에 외주를 맡겨 전반적인 운영 체계나 서비스를 구성하는 방식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대략 안은 이미 만들어졌고, 조만간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 발주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내년 3, 4월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공공플랫폼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단체가 공공플랫폼 구상에 나선 배경에는 '사설 플랫폼이 변호사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담보해줄 수 없다'는 의심이 깔려있다. 전문성과 능력보다는 광고비를 많이 내는 변호사를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시킬 것이라는 '운영 방식'에 대한 불신인 것이다. 이로 인해 의뢰인들이 적합한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게 되고, 종국에는 변호사 시장이 돈의 논리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는 게 변호사단체의 전망과 판단이다.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은 "법률서비스나 재판 체계는 형식적·절차적·실질적 공정성이 모두 지켜져야 할 매우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분야"라며 "사설 플랫폼의 경우 광고하는 변호사 서비스에 대해 이러한 평가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익 성격을 지닌 변협이 플랫폼을 관리·감독하는 주체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용 편의성에서도 공공플랫폼이 효과적이라는 게 변호사 단체의 설명이다. 특히 지역·분야·경력 등 변협이 가진 정보가 훨씬 풍성하기 때문에 정보가 제한된 사설 플랫폼보다 '맞춤형 변호사 소개'라는 측면에서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김정욱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공공플랫폼은 국민에게 가능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법조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게 주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설 플랫폼 "변협이 운영해야만 공공성 생긴다? 납득 어려워"

변호사들의 광고를 게재하는 '로톡' 서비스 화면. 로앤컴퍼니 제공

변호사들의 광고를 게재하는 '로톡' 서비스 화면. 로앤컴퍼니 제공

하지만 변호사단체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6일 서울변회 주최로 열린 변호사소개 플랫폼 관련 토론회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추천으로 발언에 나선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변호사 단체도 결국 변호사 회비로 운영되는 곳으로, 공공플랫폼의 적합한 통제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안기순 변호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리걸테크협의회 법제도분과위원장) 역시 "일본에도 '호테라스'라는 공공플랫폼이 있지만, 법무성(한국의 법무부)이 공법인을 만들어서 운영하지 변협이 통제하지 않는다"며 "법률시장의 한 축일 뿐인 변협이 모든 원칙을 다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했다.

여기에 사설 플랫폼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사설 플랫폼 존재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변호사 단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외 어느 곳에서도 변호사 단체가 ‘공공 플랫폼 운영’ 등을 얘기하면서 강하게 나서는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구태언 변호사는 "변협 등에서 주장하는 사설 플랫폼 폐해는 현실화된 것은 없고 모두 가정된 이야기"라며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선 규제가 필요하지, 변협 등처럼 아예 금지하는 곳은 해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결국 헌법재판소 결정과 서비스 공개 이후 이용자 반응에 따라 공공플랫폼 운영에 대한 공방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헌재는 로톡이 지난 5월 제기한 변협의 광고금지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심리 중이다. 서울의 한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헌재 결정에 따라 사안이 정리되지 않겠느냐"며 "여기에 공공플랫폼이 공개되면 길지 않은 시간 내 사설 플랫폼과 비교한 (시장에서의) 경쟁력 평가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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