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 건강상태 확인" 고정욱 핏펫 대표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아픈 경우다. 동물들이 말을 하지 못해 눈에 보일 정도로 이상 증세가 나타나야 알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뒤늦게 동물병원을 찾으면서 반려동물도 힘들고 돈도 많이 든다.
신생기업(스타트업) 핏펫의 고정욱(33)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7년 반려동물의 건강관리를 돕는 회사를 창업했다. 16년된 요크셔 테리어 품종의 반려견 '제롬'을 키우는 그는 과거 경험에서 착안해 반려인들이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반려동물의 건강 이상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개발했다.
그가 내놓은 반려동물의 건강검사 도구 '어헤드' 시리즈는 앱 이용자가 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어헤드는 집에서 간단하게 반려동물의 소변과 구강검사만으로 건강이상을 확인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한 삼성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디캠프, L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지금까지 총 288억 원을 핏펫에 투자했다. 서울 테헤란로의 핏펫 사무실에서 고 대표를 만나 어헤드의 개발 배경과 인기 비결을 알아 봤다.
원래 고 대표는 어려서 특이한 이유로 개를 무서워했다. "초등학생 때 우연히 개를 만졌는데 갈비뼈의 촉감이 징그럽고 싫었어요. 그때부터 갑자기 개가 무서웠어요. 길가다가 개를 마주치면 달아나기 바빴죠."
그러다가 고교 때 우연한 계기로 개와 친해졌다. "고교시절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부모님이 3개월 된 주먹만한 강아지를 사주셨어요. 그 친구가 지금까지 제 곁을 지켜주는 제롬이에요. 덕분에 스트레스도 덜고 개도 무서워하지 않게 됐죠."
사업 아이템도 제롬에게서 얻었다. "8년 전 갑자기 제롬이 소변을 볼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며 피를 흘렸어요. 요로 결석이었죠. 그 전부터 힘들었을텐데 말을 못하니 알 수 없었죠. 그때 동물병원에서 제롬을 치료하며 반려동물이 아픈 것을 미리 알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중에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컴퓨터정보통신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핏펫이 세 번째 창업이다. 첫 번째 창업은 대학 3학년때 옥탑방에서 시작한 인터넷 의류 판매다. "정가에서 80%를 할인해 파는 경기도 아웃렛에서 등산복 등 아웃도어 의류를 대량 구매해 인터넷으로 팔았어요. 직접 의상 모델이 돼서 촬영한 사진까지 올리며 열심히 팔아 제법 용돈을 잘 벌었죠."
의류 판매는 삼성SDS에 입사하며 그만뒀다. 그는 삼성SDS에서 3년 동안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다가 두 번째로 반려동물용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쇼핑몰을 창업했다. 이후 온라인금융 스타트업 펀디드에 마케팅 총괄(CMO)로 합류해 1년간 일한 뒤 2017년 세 번째 창업인 핏펫을 설립했다.
핏펫은 집과 바꾼 회사다. "돈이 없어 주택청약통장을 깨서 그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나중에 다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며 후회했죠."
핏펫은 반려동물의 질병 검사도구와 쇼핑몰, 동물병원 예약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반려동물 건강관리 스타트업이다. 이 중에서 핏펫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강아지와 고양이의 소변 검사도구 '어헤드 베이직'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동물의료기기로 등록된 어헤드 베이직은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소변검사로 반려동물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검사지에 소변을 묻힌 뒤 스마트폰 앱으로 촬영해 보내면 1,2초 만에 분석결과가 나온다.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검사 결과를 분석해요. 소변 검사로 반려동물의 비뇨기계, 간, 당뇨병 등 10종의 질환을 조기에 알 수 있어요. 관련 영상처리기술을 특허등록했죠."
핵심은 소변이 묻은 검사지의 색깔 변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수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해 1년 6개월간 관련 AI 기술을 개발했어요. 이후 강아지와 고양이 각 100마리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결과 99%의 정확도를 얻었죠."
지난 9월 반려견을 위한 구강검사 도구 '어헤드 덴탈'도 선보였다. 2년간 개발한 어헤드 덴탈은 면봉으로 반려견의 침을 묻혀 검사지에 올려놓고 앱으로 촬영하면 약 1분후 구강질환 여부를 알 수 있다.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해 치은염과 치주염에 걸렸는지 알 수 있어요."
이보다 앞서 2019년 나온 '어헤드 밸런스'는 반려동물의 털을 검사해 중금속 중독 여부를 파악한다. 이를 위해 수의사와 유전공학, 생명공학 전문가들이 포진한 바이오연구소를 따로 두고 있다. "털을 뽑아 연구소에 보내면 7일 정도 분석해 중금속 중독과 영양 불균형 여부를 알 수 있죠."
내년 중에 반려동물 분변 검사도구도 출시할 계획이다. "앱을 이용한 분변 검사 도구는 최초예요.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입니다."
이런 검사도구들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준다.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의 건강 검진을 하면 5만~30만원 가량 든다. 반면 고 대표가 개발한 검사도구들은 구강검사 7,000원, 소변검사 1만원대, 털 검사 3만9,000원이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또 3가지 검사를 함께 받으면 할인도 해준다.
그렇다 보니 동물병원들이 경계했다. 집에서 검사도구를 사용하면 동물병원을 덜 찾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고 대표는 오히려 동물병원에 도움을 주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간편검사로 조기에 반려동물의 이상 징후를 알면 동물병원을 빨리 찾아요. 그만큼 동물의 고통을 줄여주고 비용도 아낄 수 있죠. 수의사들도 매출 감소를 우려해 경계했는데 이제는 동물병원을 찾게 만드는 사업이라는 생각에 우호적으로 바뀌었어요."
앱으로 제휴 동물병원을 예약할 수 있는 기능도 내년 상반기 중에 선보인다. "서울 강남권을 시작으로 차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고 대표는 검사도구 외에도 반려동물의 건강에 도움될 만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잇츄라는 개껌은 치석을 제거해 줘요. 개의 치아를 닦아주다가 손을 물리는 보호자들이 많아요. 그만큼 반려견의 구강관리가 힘들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석제거 개껌을 개발했어요."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장난감, 행동교정용 낚시 장난감과 곤충을 이용한 개 사료 등도 개발해 판매한다. "인섹트업이라는 개 사료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개들을 위해 곤충 단백질로 만들었어요. 일반 사료보다 비싸지만 알레르기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죠."
지난 10월 유산균 업체와 협업해 반려견용 유산균 영양제도 만들었다. "반려견의 장에 문제가 생기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죠. 이를 줄이기 위해 장벽을 튼튼하게 만드는 유산균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아요. 가루 형태여서 사료에 묻혀 주면 됩니다."
이런 상품들은 모두 내부에서 기획하고 개발해 자체 상표로 판매한다. "기존에 없던 제품들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개발해 외부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위탁생산하죠."
앞으로 고 대표는 동물보험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기존 동물보험의 한계가 명확해 이를 개선한 상품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다. "월 3만~4만원을 받는 반려동물 보험들이 있지만 가입률이 전체 반려동물 가구 대비 1%도 안돼요."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보험사 입장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적극 확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리만 보험 가입한 뒤 여러 마리가 혜택을 받아도 보험사 입장에서 가려내기 힘들어요.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보장 시간을 줄여 보수적으로 상품을 설계하죠. 그러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보험 가입을 할 이유가 없어요. 결국 악순환의 연속이죠."
이를 해결하려고 고 대표는 DB손해보험과 개의 코를 이용해 가입하는 특이한 동물보험을 개발했다. "비문이라고 부르는 개의 코 문양은 사람의 지문처럼 모두 달라요. 나이를 먹어도 바뀌지 않죠. 앱으로 비문을 찍어 등록하면 가입되는 보험을 만들었어요. 이 기술도 특허 등록 했습니다."
아예 보험사 설립도 구상 중이다. "2023년에 보장범위를 넓혀 보험비를 30~40% 절감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내놓으려고 여러 보험사들과 논의 중이에요. 이후 반려동물 보험 한가지만 취급하는 단종 보험사 설립이 목표입니다."
핏펫은 반려동물 복지가 좋기로 유명하다. 직원들이 출근했을 때 반려동물을 맡아서 돌봐주는 반려동물 유치원 비용을 회사에서 지원한다. "사내에 동물 유치원을 만들고 싶었지만 반려동물 출입이 안되는 건물이라 포기하고 비용을 지원해요. 내년 6월에 이사 예정인 건물은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곳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거기에 반려동물 유치원을 만들어 하루 종일 직원들의 반려동물을 무료로 맡아서 돌봐줄 생각이에요."
핏펫몰에서 반려동물 용품을 반값에 살 수 있는 할인권과 반려동물 장례비용도 제공한다. 매달 첫 번째 금요일은 직원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휴무하는 ‘놀금’ 제도도 마련했다.
지난해 매출은 210억 원. 올해 매출은 구체적 숫자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고 대표의 목표는 명확하다. "반려동물 기르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더불어 고 대표가 바라는 것은 반려동물 시장의 질적 성장이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하지만 질적 성장이 부족해요. 질적으로 성장하려면 보호자들에게 필요한 제품이 늘어나야 해요. 그러려면 반려동물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따로 개발해야죠. 사람에게 좋다고 반려동물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거든요."
고 대표는 창업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예전보타 투자액과 정부 지원이 늘었어요. 그만큼 창업하기 좋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기치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나요.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 사업으로 무엇을 해결하려는지 심층적 고민이 필요해요."
그럼에도 그는 스타트업 창업을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창업하지 않았으면 경험해 보지 못할 일들을 많이 배웠어요. 돈으로 결코 환산할 수 없는 인생의 지혜들이죠."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