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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음성 증명서 가져와라" 현장 지침 혼선에 코로나 완치자 울상

입력
2021.12.07 04:30
수정
2021.12.07 08:5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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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력 없어도 죽은 바이러스 탓 PCR 양성
정부 '격리해제확인서'로 완치 증명하려 해도
일부 학교·병원 등 음성 증명 요구해 문제

지난달 29일 격리해제 통지를 받은 박모(43)씨가 받은 격리해제확인서. 박모씨 제공

지난달 29일 격리해제 통지를 받은 박모(43)씨가 받은 격리해제확인서. 박모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던 중학생 A(13)군은 지난달 26일 완치 판정을 받고 보건소에서 '격리해제확인서'를 발급받았다. 확인서엔 "해당인은 추가적인 감염 전파의 우려가 없으며, 본 확인서는 PCR 음성 확인서를 대체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A군은 확인서를 제출하고 수업에 복귀하려 했지만 학교가 가로막았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확인서가 있어야 등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A군은 일주일 사이 코로나 선별검사소를 세 번이나 오갔지만 PCR 음성 확인서는 받지 못했다. 완치자는 감염력은 없지만 몸 안에 남아있는 죽은 바이러스로 인해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도 이런 점을 감안해 격리해제확인서를 만들었지만 정작 현장에선 통하지 않은 셈이다. A군은 부모가 관할 교육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서야 이달 6일부터 다시 등교했다. A군 어머니는 “격리해제 효력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교감이 학교 방침이라며 음성 증명을 요구했다”며 “그동안 아이는 추운 날씨에 한두 시간을 기다려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모두 양성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 병원 등 일부 현장에서 보건소의 격리해제확인서를 인정하지 않아 코로나19 완치자들이 일상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패스가 국내 코로나 방역 정책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제도 운용을 둘러싼 현장 혼선이 빚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다중이용시설이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완치자의 일상 복귀를 보장할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력 없는데… 냉대받는 완치자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모(43)씨의 초등학생 아들 역시 A군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 29일 아들이 격리해제 통지를 받자 박씨는 아들이 다음 날부터 학교에 갈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보건교사는 “음성 증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출석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박씨가 교육청과 질병관리청 등에 일일이 문의한 결과를 토대로 확인서가 음성 증명서를 대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학교 측은 그제서야 등교를 허용했다.

확진자 임신부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산부인과들이 격리해제확인서를 인정하지 않고 PCR 음성증명서만을 요구해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37주차 임신부로 소개한 이는 “원래 다니던 병원은 코로나 음성을 증명하거나, 아니면 확진 후 한 달이 지나야 진료가 가능하다고 한다”며 “주변에 있는 다른 병원도 PCR 음성 없이는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방역패스 강화 이후 이 같은 혼선은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당장 다중이용시설 이용부터가 쉽지 않다. 서울 강남구의 백화점 문화센터는 한국일보 문의에 "격리해제확인서만으로는 출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곳 관계자는 "백신을 접종하거나 PCR 음성 확인서를 가져와야 한다"며 "(완치됐더라도) 검사를 했는데 양성이면 수업 출석이 어려울 것"이라고 안내했다.

정부가 확인서 효력 보장해야

전문가들은 코로나 감염 진단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완치자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선 기관들이 주로 요구하는 PCR 검사는 '죽은 바이러스'에도 양성 반응을 보인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확진자가 완치돼 감염력이 사라진 경우라도 몸 안에 남은 바이러스 찌꺼기 때문에 최장 3개월까지는 PCR 양성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확진자의 완치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대안으로 격리해제확인서를 발급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격리해제확인서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인증한 서류이기 때문에, 확인서를 제출하면 시설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격리해제확인서 효력에 대해 일선 기관에 명확하게 안내하지 않아서 혼선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까진 격리해제와 관련된 공문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교육부가 해당 내용을 반영한 지침을 이번 주 중으로 보내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서현정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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