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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이징올림픽 '외교보이콧'에 난감한 정부... 그래도 문 대통령 참석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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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내년 2월 열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최종 결정하면서 불똥이 한국에도 튀었다. 미중갈등이 격화해도 ‘전략적 모호’ 기조 아래 등거리 외교전략을 구사해왔지만, 결국 택일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선 것이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을 ‘종전선언’ 대타협의 호기로 삼은 터라 미국의 강수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단 보이콧 동참 여부에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시간이 아직 남은 만큼 동맹국들의 대응을 봐가며 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설득할 논리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보이콧 결정과 관련, “미국이 외교 경로를 통해 내용을 미리 알려왔다”면서도 “타국 정부의 외교적 결정에 언급할 사항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베이징올림픽이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 남북관계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는 미국의 명시적 동참 압박이 없는 탓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관련 질문에 “동맹국 각자가 (보이콧 여부를) 결정하도록 맡겨둘 것”이라고 했다. 실제 보이콧 문제를 놓고 미 행정부의 협조 요청도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미국의 외교적 결단은 동맹에 보내는, 일종의 ‘지침’이나 마찬가지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9, 10일 열리는 ‘민주주의 화상 정상회의’에서 우회적 압박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어떤 식으로든 입장 정리는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아무리 중지를 모아도 미중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고난도 시험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반(反)인도적 범죄”를 명분으로 내건 미국을 무시하자니 인권침해에 동조하는 꼴이 되고, 같이 보이콧을 하자니 중국의 반발과 보복조치가 뒤따를 게 불 보듯 뻔하다. 중국은 이미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장하성 주중대사를 잇따라 면담하며 단단히 사전 단속을 한 상태다.
다행스러운 건 개막일까지 충분한 시간(2개월)이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동맹국 다수가 보이콧 동참을 거부하면 미국을 설득할 좋은 구실이 된다. 선택지는 다양하다. △문 대통령과 대표단이 전부 참석하는 경우 △대통령은 불참하되, 고위급 인사가 포함된 대표단만 보내는 방식 △전면 보이콧 등이다.
정부는 현재로선 문 대통령의 방중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강대국 사이에 끼인, 난감한 상황을 떠나 종전선언 논의의 동력을 얻으려면 북한을 끌어들일 수 있는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권국가로서 외교적 결정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국익”이라며 “정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도 세계 평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올림픽의 의미를 미국에 잘 설명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에 올 경우 확실한 방중 명분을 만들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이 중국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인 점을 감안하면 시진핑 정부가 김 위원장 방중을 독려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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