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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고 뒷돈도 챙겨… 돈 따먹는 창구로 전락한 장애인 체육 [일그러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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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의 감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장애인 체육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아주길 바랍니다."
2018년 평창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애인체육 활성화'를 지시한 이후 정부는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장애인 스포츠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체육시설 확대, 맞춤형 생활체육 지원 및 참여기반 조성,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배치 확대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3년 넘는 지원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이 현장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장애인 체육기관과 가맹단체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곳곳에 사각지대가 생겼을 뿐아니라, 각종 비리도 불거졌기 때문이다.
대한장애인수영연맹(대장수) 소속 하태수(33·가명) 코치는 기초종목육성사업 전담지도자로 2018년부터 인천시 장애인수영연맹(인장수)에 파견됐다. 기초종목육성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장애인체육 활성화와 선수발굴 및 우수선수 육성을 위해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후원을 받는다. 지도자가 장애인 영재선수를 발굴하면, 대장수로부터 매달 270만 원의 고정급여를 받고 등록된 선수들은 훈련에 필요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도자들은 서로 결탁해 제도를 악용하는 수준을 넘어 선수들 돈을 갈취했다. 인장수 소속 이민영(47·가명) 감독과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소속 서미경(46·가명) 코치와 양성태(28·가명) 코치, 대장수 소속 하 코치는 장애인 수영선수 훈련 목적으로 수영장을 무료로 대관하고도 학부모 20여 명에게 매달 30만~45만 원의 교습비를 편취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인장수 통장내역에 따르면 2018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매달 장애인 선수 또는 부모 명의로 1,000만 원 상당의 금액이 통장에 입금됐다. 매달 인장수 통장에 입금된 돈 대부분은 감독과 코치 명의 통장으로 빠져나갔다. 코치들은 소속 기관에서 급여를 받으면서도, 3년간 부정수급과 이중수령 및 겸직위반 등의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장애인 선수와 부모들은 자신들이 기초종목육성사업 선정 대상자였다는 사실도 몰랐다. 대상자들은 선정 전에 반드시 본인 또는 보호자 동의를 필요로 한다. 본인이 작성하는 프로필에는 △증명사진 △전신사진 △보호자 연락처 △가족환경 △경제력 등 개인정보도 첨부해야 한다. 하지만 지도자들은 동의도 없이 임의로 프로필을 작성해 대장수에 제출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하 코치에 대해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부정수급 사실이 3년 동안이나 드러나지 않은 데에는 대장수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탓도 컸다. 영재선수로 등록되면 대장수 담당자들이 직접 훈련시설에 찾아가 선수와 부모를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부모들은 한 번도 담당자를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장수 관계자는 "지난 4월 상벌위원회를 열어 하 코치에게 3년 자격정지를 내렸다"라며 "다만 이 감독과 인장수 관계자들은 연맹에서 사임해 별도 징계를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장애인 체육계는 소수 관리자가 전횡을 일삼는 비정상적 구조 탓에 심각성이 더하다. 2005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장애인 체육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옮겨진 지 20년도 안 돼 조직 운영에 특정인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인장수 회장이었던 정모(47)씨는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이사도 겸직했다. 정씨는 2017~2019년 자신과 부인 명의로 된 사업체를 설립해 인천시장애인체육회에서 148회에 걸쳐 2억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심지어 1,000만 원 규모의 장애인체육관 지붕층 보강공사 수의계약 자격 요건으로 건설업이 필요한 것을 보고 사업자 등록증을 변조하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 10월 사문서 위조 및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 확대에 걸맞은 지도자 자격요건과 가맹단체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재훈 나사렛대 특수체육학과 교수는 "장애인체육지원법 제정 및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 양성 기준을 높여 지도자의 윤리관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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