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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천하' 스포츠계… 성추행 당해도 참아야만 했다 [일그러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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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소프트볼 대학팀 감독 A씨는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추행했다. A씨는 자신의 방으로 선수들을 불러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시킨 뒤 어깨와 목, 종아리와 무릎, 허벅지를 주무르도록 했다. A씨는 선수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 누워 귀를 파게 한 뒤 다리가 저린 선수가 몸을 움직이자 "아프냐"며 허벅지를 만지기도 했다. A씨의 추행은 확인된 것만 2014년부터 2년 넘게 27차례에 달했다. 피해 선수만 6명이고, 이 중 일부는 당시 미성년자였다.
A씨의 상습 추행은 사건 발생 3년이 지난 2019년 9월, 일부 선수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면서 알려졌다. 인권위는 A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대한체육회에 징계를 의뢰했다. A씨는 결국 징역 2년 6개월 실형과 함께 체육회로부터 4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A씨 사례처럼 체육계에서 성폭력 사건은 은폐되기 쉽고 장기간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성폭력 사건 대부분이 지도자와 선수라는 절대적 상하 관계 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출전부터 진학까지 지도자는 선수 인생을 좌우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A씨도 15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며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경기력 향상위원으로 활동했고, 국가대표 코치와 상비군 감독까지 역임하는 등 조직 내에서 '절대 권력자'로 군림했다.
여성 스포츠인에 대한 성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면엔 남성 지도자 중심의 체육계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도자의 경우엔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녀 성비 불균형이 크다.
올해 대한체육회에 등록된(동호인 제외) 아마추어 60개 종목 지도자 2만3,768명 중 여성은 4,223명으로 남성(1만9,545명)의 5분의 1 수준이다. 프로 스포츠의 경우엔 남성 편중이 더욱 심하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 따르면 골프를 제외한 국내 프로 4대 종목(축구 야구 농구 배구) 지도자(감독·코치) 469명 중 여성은 11명에 불과했다. 남자 종목(축구 야구 배구 농구) 지도자는 416명 전원이 남성이었고, 여자 종목(배구 농구)도 지도자 47명 중 남성이 36명에 달했고 여성은 11명이었다.
신혜미 한국여성스포츠회 이사는 "프로 스포츠의 경우 여성 선수는 출산 이후 경력 단절이 오고, 이후 지도자가 되기 위한 입지가 굉장히 좁아진다"고 전했다. 신 이사는 "아마추어 체육계는 여성 지도자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해 여성 지도자가 뿌리내릴 토양마저 척박한 편"이라며 "남성 위주로 짜여진 스포츠계의 지도자 양성 시스템을 고쳐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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