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갉아먹는’ 치매 치료 성큼… 국내 연구 성과 ‘속속’

입력
2021.12.05 19:20
'뇌혈관 장벽(BBB)' 개방술로 치매 개선 효과
뇌 속에 '양성자 빔' 쬐어 환자 인지기능 회복

지난 6월 미국에서 뇌 속에 쌓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가 승인을 받은 데 이어 국내에서 관련 성과가 속속 나오면서 치매 치료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영혼을 갉아먹는’ 질환인 치매가 크게 늘었다. 65세 이상에서 84만 명이나 된다(중앙치매센터). 65세 이상에서 10명 중 1명꼴(10.33%)로 앓는 셈이다. 이 중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는 전체 치매의 70~75%를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치매 치료제가 나오면서 치매 정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월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제품명 애두헬름)’을 조건부 승인했다. 아두카누맙은 뇌 속에 쌓인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단백질 플라크(plaque)에 선택적으로 붙어 이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다.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쌓여 발생

알츠하이머병은 신경세포(뉴런)가 밀집돼 있는 뇌 속 대뇌피질에 독성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쌓이고, 신경세포 내 미세소관 성분인 타우(tau)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되거나 엉키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다.

증상이 없다가 뇌세포가 죽으면서 기억력이 떨어진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단계(경도 인지장애)를 거쳐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어지는 단계(치매)로 악화한다. 말기가 되면 정상인의 70%까지 뇌가 쪼그라든다.

따라서 치매를 뇌 손상이 경미한 단계에서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를 조기 발견 치료하면 7,900시간의 여가를 더 누릴 수 있고, 치료비도 6,600만 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치매 연구 성과 잇따라

아직 제대로 된 치매 치료제는 없다. 국내에 나와 있는 증상 개선제를 조기 복용해 병 진행을 늦추는 정도다.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 억제제’를 먹으면 6개월~2년 정도 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또한 인지 중재 프로그램이나 운동 요법 등 비약물적 치료도 활발히 쓰이고 있다. 뇌가 비록 퇴화해도 노력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뇌 가소성(可塑性) 이론’을 증명한 연구도 적지 않다.

대뇌피질에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단일 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치료제’도 많이 개발 중이다. 단일 클론 항체는 동일한 면역세포에서 생성되는 항원 하나에만 결합하는 항체다.

솔라네주맙(일라이릴리)ㆍ간테네루맙(로슈), 아두카누맙ㆍBAN2401(바이오젠ㆍ에자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솔라네주맙ㆍ크레네주맙(로슈)은 효과를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치매 치료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장진우(신경외과)ㆍ예병석(신경과) 세브란스병원 교수팀은 뇌를 둘러싼 뇌혈관 장벽(Blood Brain BarrierㆍBBB)을 여는 시술을 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이상 행동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국제 학술지(Translational Neurodegenerationy) 최신호에 실렸다.

뇌혈관 장벽 개방술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조영제를 투입한 뒤 뇌 전두엽에 있는 뇌혈관 장벽에 초음파를 쬐어 20㎤ 정도 여는 것이다. 연구팀은 2020년 3~8월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5명을 대상으로 뇌혈관 장벽 개방술을 3개월 간격으로 2차례 실시했다.

뇌혈관 장벽 개방술을 시행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6개월간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을 복용했고, 개방술 전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침착 정도를 확인하는 자기공명영상(PET) 검사를 2회 진행했다.

장진우 교수는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치매 마우스 모형에서 아두카누맙 복용과 뇌혈관 장벽 개방을 병행하면 아두카누맙 단독 치료 때보다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감소 등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예병석 교수는 “이번 연구로 치매 치료제 사용에 장애였던 뇌혈관 장벽을 안전하게 뛰어넘어 획기적인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뇌혈관 장벽 개방술 전(위 사진), 후(아래) 사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PET 검사 결과, 개방술 후 사진에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양과 범위(회색+빨간색)가 감소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김종기 대구가톨릭대 의대 의공학과 교수팀은 ‘양성자(protonㆍ수소 원자 핵을 구성하는 소립자) 빔’을 이용해 뇌 속에 쌓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산화철 나노 입자(마그네타이트)의 결합을 끊어 이를 동시에 제거해 인지 기능 회복을 유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김종기 교수는 40마리의 치매 유발 마우스(실험 쥐)에 2~4 그레이(Gy)의 양성자 빔을 10초가량 쬐는 방법으로 4년간 실험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 유발 마우스의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플라크와 산화철 나노 입자가 1주일 뒤에 65~87% 줄었고, 인지 기능도 한 달 후 크게 향상됐다.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 Diseaseㆍvol 84 no 1)에 실렸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로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독성 산화철을 동시에 줄이고 타우(tau) 단백질 병변 증가를 차단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 회복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성자 빔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에 쬐기 전(왼쪽 사진)과 후(오른쪽 사진). 오른쪽 사진에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플라크가 크게 줄어들었다. 대구가톨릭대 제공


[알츠하이머병 예방법]

①많이 읽자. 하루 1시간 이상 독서하면 두뇌 회전에 효과적이다. 글을 자주 쓰는 것도 좋다. 단어가 다양하고 풍부할수록 알츠하이머병에 덜 걸린다.

②많이 씹자. 우리 뇌의 신경과 연결되는 씹는 운동은 인지 기능을 높여주고 뇌 혈류를 늘린다. 씹는 운동을 잘 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③많이 걷자. 신체와 뇌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3배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 운동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덜 축적된다. 또한 생활습관병을 없애고, 금주, 금연, 노인성 우울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건강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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