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 치료제 한 달 이상 먹으면 위암 위험 2배 증가

양성자펌프억제제 30일 이상 복용군, 위암 2.37배 높아

위염 치료제인 양성자펌프억제제를 30일 이상 복용하면 위암 발생 위험이 2.37배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위염 치료제를 한 달 이상 복용하면 위암 발생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신운건ㆍ서승인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임상시험이 아닌 분석 코드를 활용해 연구한 결과다.

분석 코드는 공통 데이터 모델로 변환된 120만 명의 건강보험공단 샘플 코호트를 이용해 위염 치료제인 양성자펌프억제제 장기 사용과 위암 발생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장치다.

연구 결과, 위염 치료제인 양성자펌프억제제의 30일 이상 복용군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2.37배 높았다.

위암 발생 위험 인자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균한 환자에서도 180일 이상 양성자펌프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면 위암이 발생할 위험이 2.22배 높았다.

양성자펌프억제제는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 소화성 궤양ㆍ소염제와 관련된 궤양 치료와 예방,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치료 등에 효과적인 약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양성자펌프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치매ㆍ골다공증ㆍ콩팥기능장애ㆍ위암 등 여러 가지 만성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약물 부작용과 만성질환과 인과관계를 규명하려면 잘 계획된 임상시험이 필요하지만 약물 부작용 빈도가 낮고, 많은 수의 임상시험 대상자가 필요하며 장기간 연구 기간, 윤리적인 문제로 실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이번 연구는 근거 창출 신뢰성이 높다고 알려진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과 유사한 분석 환경을 조성했으며, 공통 데이터 모델로 변환된 대규모의 환자 기록(건강보험공단 샘플 코호트, 120만 명)을 아틀라스 플랫폼을 이용해 설계했다.

이후 연령ㆍ성별ㆍ약물ㆍ질환 등 기본적으로 설정돼 있는 1만4,578가지의 요소를 보정하는 성향 점수 매칭을 시행하고, 90개의 음성 대조군 질환을 분석해 발생할 수 있는 비뚤림을 최소화했다.

이 분석 코드는 우리나라 연구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연구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유되며 이는 전 국민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다국적 임상 근거 창출 기반을 마련하는 후속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분석 코드는 깃허브(Github) 웹사이트에 공개하며 오딧세이(OHDSI)를 통해 외국 의료기관과 공유할 수 있다.

신운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분석 코드는 전 세계의 환자 기록에 적용하여 국제 연구를 진행해 약물 부작용의 인종ㆍ문화ㆍ기후ㆍ환경 등의 영향 평가에 확대 적용할 수 있고, 우리나라가 약물 안전성 분석과 평가 분야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소화기 질환 관련 분야 국제 학술지인 ‘GUT’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