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판막 질환, 로봇 수술하면 흉터ㆍ위험 크게 줄어”

입력
2021.12.06 19: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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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심장 판막에 문제가 발생하는 심장 판막 질환을 고치는 수술법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데, 특히 로봇을 이용하면 수술 효과가 크게 높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심장 판막에 문제가 발생하는 심장 판막 질환을 고치는 수술법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데, 특히 로봇을 이용하면 수술 효과가 크게 높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심장에는 4개 방ㆍ실(좌심방ㆍ좌심실ㆍ우심방ㆍ우심실)과 4개 판막(승모판막ㆍ대동맥판막ㆍ삼첨판막ㆍ폐동맥판막)로 이뤄져 있다. 심장 판막은 심장으로 드나드는 피가 꼭 거쳐야 할 관문이다. 우심방을 통해 들어온 피가 폐동맥과 폐정맥, 좌심방, 좌심실, 대동맥을 거쳐 온몸으로 나갈 때까지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돕는다.

이들 4개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작용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병이 바로 ‘심장 판막 질환’이다. 판막이 좁아져 잘 열리지 못하면 ‘협착증’, 판막이 열리기는 하지만 제대로 닫히지 않아 피가 역류하면 ‘폐쇄부전증’, 두 가지 질환이 동시에 생기면 ‘협착 및 폐쇄부전증’이라고 한다.

‘심장 판막 수술 전문가’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를 만났다. 정 교수는 심장 판막을 포함한 각종 심장 질환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로봇 수술의 달인이다. 정 교수는 “복잡하지 않은 심장 판막 질환은 개흉 수술을 로봇 수술로 80% 정도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심장 판막 질환이란.

“심장 판막은 심장 내부 혈액순환에 가장 중요하다. 판막 개폐에 문제가 생기는 심장 판막 질환은 어느 정도 진행할 때까지 별 증상이 없지만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증상은 가슴 통증ㆍ호흡 곤란ㆍ두근거림 등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이 대표적이다. 심장 판막 질환은 대부분 대동맥판막ㆍ승모판막에서 발생한다. 승모판막(僧帽瓣膜ㆍmitral valve)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데 피 역류를 막고 심장 골격을 담당한다. 승모판막에 병이 생기면 심장이 점점 커질 수 있다(심장 비대).

이로 인해 삼첨판막(三尖瓣膜ㆍatrioventricular valve) 입구가 너무 넓어져 역류가 나타난다(2차적 삼첨판막 역류). 그러면 병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조기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심장 판막 수술은 언제 시행하나.

“수술 시기는 병 종류ㆍ증상 정도ㆍ수술 시 성형수술 여부, 심장 판막 치환 수술 여부ㆍ수술 후 항응고제 사용 유무 등에 따라 정한다. 승모판막이나 대동맥판막 폐쇄부전은 증상이 없어도 심장 초음파검사에서 심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심장이 크게 늘어났다면 조기에 수술해야 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는 호흡 곤란이나 협심증(狹心症ㆍangina pectoris)이 나타나면 즉시 수술해야 한다.

심장 판막 치환 수술을 너무 일찍 받으면 항응고제 사용에 따른 위험이 생기지만 수술이 늦으면 심장이 정상 작동하기 힘들어진다. 일반적으로 약물로 치료해도 호전되지 않는 중증이라면 수술이 필요하다.”

-심장 판막 수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판막성형술과 판막치환술 등 2가지가 있다. 판막성형술은 장점이 워낙 많아 선호하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워 모든 환자에게 시행하기는 어렵다. 판막성형술은 퇴행성으로 인해 승모판막 폐쇄부전이 생겼을 때 90% 정도 가능하다.

류머티즘성 심장 판막 질환이라면 수술 가능성이 떨어진다. 승모판막협착증의 경우 석회화가 경미하고 판막 변성이 심하지 않으면 판막성형술이 가능하지만 폐쇄부전까지 생겼다면 수술하기 어렵다. 대동맥판막 폐쇄부전의 경우 판막 변성이 적거나 판막륜(瓣膜輪)만 늘어났다면 수술 가능하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인데 승모판막 협착과 폐쇄부전까지 나타났다면 판막치환술을 해야 한다. 이때에는 손상이 심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을 삽입한다. 인공 판막은 동물 조직(조직 판막)과 특수 금속(금속 판막)으로 만든 것이 있다.”

-심장 판막 환자의 수술 부담을 줄이려면.

“심장 판막 수술은 전통적으로 가슴을 여는 개흉술을 시행하는데 최근 많이 바뀌었다. 개흉술로 인한 흉터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최소 침습 수술이 개발됐고, 로봇 수술까지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로봇 수술의 경우 10배가량 확대된 초고화질 3차원 화면을 통해 육안보다 훨씬 유리한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로봇 팔 가동 범위가 사람 손보다 훨씬 넓어 판막성형술을 쉽게 시행할 수 있다. 머지않아 전통적인 개흉술은 재수술 등에 제한적으로 쓰이고 심장 수술실마다 수술 로봇이 비치돼 일차적으로 로봇 수술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시행한 로봇 이용 판막성형술 40례는 모두 성공했다. 심장 판막 환자가 부정맥까지 나타났다면 흉강경 부정맥 수술과 접목해 정상적인 심장 박동으로 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로봇 수술의 장점이다.

2차적 삼첨판막 수술은 심장이 이미 많이 악화됐을 때 시행하기에 수술 자체 사망률이 10%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이는 삼첨판막을 교체할 때고, 판막성형술이 성공하면 예후는 좋아진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삼첨판막 성형 성공률이 95%가 넘는다. 최근 2년간 삼첨판막 성형술이 크게 발전해 삼첨판막을 교체한 사례가 거의 없다. 수술 후에도 외과와 순환기내과가 함께 관리하기에 재발이 거의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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