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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사드 한파 뚫은 영화 ‘오! 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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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3일 저녁 중국 베이징 CGV. 키오스크에서 홀로 영화 ‘오! 문희’ 티켓을 출력하던 20대 여성 천씨는 관람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 개봉 소식을 듣고 보러 왔다고 했다. 영화표 발매 창구 근처에는 중국에서 메가히트를 기록한 영화 ‘장진호’의 대형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얼핏 봐선 이날 한국영화를 상영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코너를 돌아 상영관 입구로 향했다. 그제서야 벽면 한쪽 추천영화 코너 모니터에서 ‘오! 문희’ 개봉을 알리는 포스터를 접할 수 있었다. 영화관 직원은 “한국영화 광고를 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3회 상영 가운데 퇴근 시간과 맞물린 2회 차에는 20여 명의 관객이 입장했다. 전체 관람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지만 더 썰렁한 다른 중국영화 상영관에 비해서는 나은 성적이었다. 6년 만에 중국 스크린에 한국영화가 걸린 의미 있는 첫날은 그렇게 조용히 시작됐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1일 낮 ‘오! 문희’ 개봉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온라인 공간이 들썩였다. 중국 국가영화국은 전날 오후 속전속결로 심의를 마쳤다. ‘3일 개봉’이라고 날짜까지 못 박았다. 베이징의 문화계 관계자는 “우리도 중국 매체 보도를 보고서야 개봉소식을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상 일주일 전에는 영화관에 알려야 스크린을 잡는데 중국 당국이 이처럼 사흘 전에 결정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오! 문희’는 3일 중국 전역 영화관에서 936회 상영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예정된 횟수가 600회 안팎에 불과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300여 회가 증가했다. 중국이 얼마나 급하게 이번 상영을 추진했는지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주말에는 훨씬 늘어 4일은 3,069회, 5일에는 1,483회 중국 관객을 맞이했다. 베이징의 개봉관도 2일 12개에서 3일 55개로 불어났다.
중국 개봉관에서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건 2015년 9월 ‘암살’ 이후 처음이다. 2016년 7월 한미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이른바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맞서며 한국영화의 진출을 차단했다. 2018년 베이징 국제영화제에 ‘군함도’ 등 7편이 초청받긴 했으나 일반인들이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단발성 행사에 그쳤다.
따라서 이번 상영을 놓고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텅쉰왕은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중국인들이 드디어 국내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됐다”며 “개봉일자가 갑자기 확정돼 흥행 성적이 좋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다른 한국영화나 드라마가 중국에 수입될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일부 매체들은 주연배우 나문희의 데뷔 이후 일대기를 조명하며 “왜 우리에겐 이런 ‘국민 할매’가 없나”라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오! 문희'뿐만 아니다. 앞서 남성잡지 GQ 중국판(智族GQ)은 12월호 표지 모델로 배우 이동욱의 사진을 실었다. 11일 열리는 제3회 TMEA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페스티벌에는 그룹 엑소(EXO)가 출연한다. 웨이보에 올라온 엑소의 출연 소식에 조회 수가 2억 회를 훌쩍 넘어섰다.
다만 중국이 이처럼 ‘찔끔찔끔’ 문호를 여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의 앙금을 털어 낼 확실한 신호로 △중국인의 온라인 단체 한국 관광 △전세기와 크루즈 운항 △롯데 관련 시설 이용 등 3가지를 꼽아 왔다. 이 단계를 논하기엔 아직 한참 이른 상황이다. 그래서 단번에 물꼬를 틀 ‘치트키’인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더 큰 기대를 걸어 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분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2일 톈진에서 열린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의 회담에서 “한중 정상 간 비대면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합의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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