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은 젊은이와 무관한 병? 술 과하게 마시면 위험

입력
2021.12.04 09:10
수정
2021.12.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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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과음하면 심방세동 47%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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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젊은이도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을 겪을 확률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갑자기 불규칙하게 빠르게 뛰는 것을 말하는데, 뇌졸중이나 심부전 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부정맥이다. 심방세동이 나타나면 뇌졸중이나 심부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심방세동은 전 인구의 2% 정도(100만 명)에서 나타나지만 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치료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알코올 섭취가 고령층의 심방세동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많았지만 젊은 층에서도 그렇다는 연구는 드물었다.

최의근ㆍ이소령ㆍ한민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알코올이 40세 미만에서도 심방세동을 유발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2009~2012년 매년 건강검진을 받은 20~39세 153만7,836명을 조사했다.

알코올 섭취 빈도도 분석했는데 기준은 알코올 중증도였다. 알코올을 1주일에 105g(소주 2병, 맥주 6캔, 와인 한 병)이상 마셨다는 응답자는 그 해 알코올 중증도를 보인 것으로 판단됐다.

4년 연속 알코올 중증도가 있던 응답자는 과음주자, 한 번도 없었던 응답자는 비음주자로 분류됐다. 그 외에는 적당한 음주자로 분류됐다.

그 결과, 153만7,836명 중 0.2%(3,066명)가 심방세동을 겪었다. 그러나 적당하거나 과하게 음주한 사람은 비음주자보다 심방세동을 겪을 확률이 27% 높았다.

특히 4년간 과음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비음주자보다 심방세동을 겪을 확률이 무려 47% 높았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제공

알코올은 직접적으로 심근세포에 독성을 일으킨다. 또 알코올이 인체 내에서 분해됐을 때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발암물질은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 균형을 무너뜨린다. 교감신경 균형이 깨지면 심방 규칙성도 깨지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대표적인 부정맥인 심방세동을 겪을 수 있다.

최의근 교수는 “알코올은 심방 쪽을 뻣뻣하게 하는데, 이게 심방 내 전도 시간을 늦춰 심방세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알코올의 독성 물질은 여러 방면으로 심방에 누적되므로 술은 한두 잔이라도 좋은 쪽으로 기능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젊으면 과음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알코올 독성은 심방에 누적된다”며 “젊었을 때 심방세동이 발병하면 예후가 좋지 않고 뇌졸중 위험도 급증하므로 과음하는 음주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 최근 발표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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