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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탈모는 사회적 장애…가발에 건강보험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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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를 전공하는 피부과 선배 교수가 40여 년간 탈모 환자를 돌보다 퇴임하면서 회고담을 들려줬다.
10년이 넘게 머리카락이 다 빠진 온머리탈모증을 가진 중년 여성이 머리카락이 없는 것을 너무 슬퍼하는 것을 보고 위로하려고 “스님들은 있는 머리도 삭발하고 마음 편히 살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가 정말 혼이 났다고 했다.
중년 여성 환자는 “머리카락이 다시 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머리를 한 번 깎아 보고 싶다. 어떻게 스님의 삭발한 푸른색 두피와 머리카락이 없어 피부색 그대로인 자신의 두피도 구분 못하느냐”고 무척 서운하다고 말했다.
정말 삭발한 스님의 두피는 푸르스름해 이마와 두피가 명확히 구분되지만 환자의 두피는 그냥 매끈한 황색이라 경계가 따로 없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중년 여성 환자에게 야단을 맞으면서 당신의 무심함을 탓했다고 했다.
환자가 의사에게서 멀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의사가 무지할 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의사가 무심할 때라고 한다. 두 가지는 상호 연관된 관계일 듯하다. 무지하면 환자 고통을 모르니 자연히 무심해지고, 무심하면 환자에게 관심이 없으니 공부를 게을리하여 무지해질 것이다.
원형탈모증은 머리카락이 둥글게 빠지는 탈모증으로 전체 인구의 2%에서 일생에 한 번은 경험하는 질환이다. 이 가운데 10% 정도는 머리 전체나 온몸의 털이 다 빠지는 온머리 혹은 전신탈모증으로 진행한다. 회복이 어렵고 예후가 나빠 결국에는 더 이상 모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영구적이거나 반영구적인 탈모로 진행할 때가 많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애를 분류할 때 손상과 능력장애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리도 장애에 포함했다. 사회적 분리는 외모 등의 이상으로 업무에 지장이 있고 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가발에 대해서 필자도 고통받는 중증 원형 탈모 환자의 호소를 듣고 얼마나 무지하고 또 무관심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머리카락은 매일 계속 자라고 있으니 머리를 손질하거나 자주 감는다고 낡고 없어질 염려가 없다.
그러나 가발은 섬유가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세탁도 자주 해야 하므로 6개월 정도 사용하면 마모돼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는지 몰랐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가발이 벗겨지지 않을까, 남들 눈에 너무 가발처럼 보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줄도 알지 못했다.
머리는 항상 노출되는 부분이라 탈모 환자들은 항상 가발을 착용하고 있고 형편이 어려우면 최소한 모자라도 쓰게 된다. 현재 의족ㆍ지팡이ㆍ목발ㆍ보청기ㆍ틀니 등이 모두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되는 장애인 보장구에 속한다.
하지만 가발은 장애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다. 탈모 환자들이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겪는 심각한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한다면 가발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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