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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위 팀 '하루 쉬고' 재경기해 2위, 다음날 기회 준 이유는 "심판 퇴근"

입력
2021.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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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출발 오심' 수영 소년체전서 또 다른 논란
남자 초등부 혼계영 200m서 출발대 이상
4위 팀 재경기 결정, '심판 퇴근' 다음 날 치러
다른 참가자들 "사실상 두 번 기회 준 것" 반발
전문가 "국제대회서도 재경기는 당일 바로 해"
"심판 불러 모아서라도 당일 했어야"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 수영 남자 초등부 혼계영 200m 재경기 장면. 유튜브 캡처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 수영 남자 초등부 혼계영 200m 재경기 장면. 유튜브 캡처

"어제(11월 10일) 열린 남자 초등부 혼계영 200m경기에서 시설물 문제가 발생해, 잠시 후 재경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전국의 수영 꿈나무들이 기량을 겨루는 전국소년체전 열흘째인 지난달 11일 오후 1시 대전국제용운수영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유튜브로 생중계된 방송의 진행자와 장내 아나운서가 '예정에 없던' 경기가 열릴 것이라고 안내했다. 재경기에 나서는 건, 전날 경기에서 지장을 받았다고 인정된 A초등학교 딱 한 팀뿐. 전날 4위(2분07초48)로 경기를 마친 A초등학교는 이날 재경기에서 기록을 1초 이상 단축해 이전 경기보다 더 좋은 기록(2분06초34)을 올렸고, 2위로 뛰어 입상했다.

그러자 이 종목에 참가했던 다른 학교 선수와 학부모, 코치진 등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날 경기 종료 후 이날 재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대회 관계자로부터 설명이나 안내 방송 등 그 어떤 공지도 받지 못해서다.

특히 전날 2위였던 B초등학교(2분06초97)와 3위였던 C초등학교(2분07초34)는 졸지에 메달 색깔이 바뀌거나 아예 입상권 밖으로 밀려났고,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은 대회 운영본부로 즉시 달려갔다.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본 이들은 절차에 따라 보증금 10만 원씩을 내고 주최 측에 정식으로 이의신청을 했다. 이들은 왜 A초등학교에 충분한 휴식 시간을 주고 다음 날 재경기를 치르도록 했는지 등을 따졌지만, "심판장 권한으로 결정돼 아무런 문제없다"는 취지의 답변만 돌아왔다.




수영 전국체전 남자 초등부 혼계영 200m서 재경기로 순위 뒤바뀌어

지난달 10일 전국소년체전 수영 남자 초등부 200m 혼계영 결승 경기 장면. 3레인 출발대에 이상이 생겨 이 팀만 다음 날 재경기가 치러졌다. 유튜브 캡처

지난달 10일 전국소년체전 수영 남자 초등부 200m 혼계영 결승 경기 장면. 3레인 출발대에 이상이 생겨 이 팀만 다음 날 재경기가 치러졌다. 유튜브 캡처

수영 '부정출발 오심'(관련기사)으로 논란이 일었던 전국소년체전에서 재경기 기회를 얻은 팀이 입상해 순위가 완전히 뒤바뀌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재경기가 결정되면 통상 당일 바로 경기를 치렀던 관례와 달리 다음 날 경기가 열렸다. 다른 팀 선수와 가족 그리고 지도자들은 주최 측이 이례적으로 재경기를 한 팀의 선수들에게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셈이 됐고, 결국 재경기에서 더 좋은 기록을 거둔 것에 문제를 제기해서다.

대회를 주최한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심판진이 퇴근해 즉시 재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남자 유년부 평영 50m 부정출발 오심에 이어 연맹 측의 미숙한 대회 운영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는 전날(11월 10일) 경기에서 발생했다. 12팀이 2개 조로 나뉘어 치러진 남자 초등부 혼계영 200m 2조 경기에서 3번 레인 A초등학교에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한 팀 4명의 선수가 배영-평영-접영-자유형 순으로 뛰는 이 경기에서 첫 영자가 물 속에서 출발할 때,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주는 보조장치(렛지)가 움직인 것이다.

당일 중계 영상에도 이 장면이 나온다. 다만, 각 레인에서 배치돼 선수들의 출발과 터치 시 실격 등을 감독하는 '레인 심판'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는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고, 해당 선수도 출발 총성에 따라 출발해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4위 팀 시설물 이상...심판진, '심판 퇴근해' 다음날 재경기 결정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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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꼬인 건 그 다음이다. 경기에 지장을 받았다고 생각한 A초등학교는 경기 종료 직후 보증금 10만 원을 내고 정식으로 이의신청을 했다. 심판진은 이날 오후 4시 40분부터 20분간 논의 끝에 이를 받아들였는데, 이날 마지막 경기였던 남녀 초등부 혼계영 200m를 끝으로 심판들이 자리를 뜬 것이 변수가 됐다. 수영연맹 관계자는 "경기 종료 후 30분 안에 접수된 이의신청을 검토·논의했더니 그사이에 이미 심판들이 퇴근했다"며 "당일 재경기하기에는 정상적으로 심판 배치가 불가해 심판장 권한으로 다음 날 재경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학교 선수들은 심판진이 A팀에 "사실상 두 번의 기회를 줬다"고 반발하고 있다. 재경기로 순위가 밀린 학교의 한 코치는 "재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맞지만, 하루 쉬고 또 경기하는 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코로나19로 지난해 소년체전이 취소돼) 2년 동안 연습한 아이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원래 경기가 10일 오후 4시 열렸고, 재경기가 11일 오후 1시쯤 치러진 점을 감안하면 거의 하루 동안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을 준 것이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인 수영연맹은 재경기를 다음 날 해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제수영연맹(FINA) 규정에는 기록이 100분의 1초까지 같을 경우 순위를 결정하기 위해 해당 선수만 재경기를 치를 수 있는 규정은 있지만, 이번처럼 시설 문제로 인한 재경기는 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무리한 진행이라 보기 어렵다는 게 수영연맹 측 입장이다.




다른 선수들 "두 번 기회 준 것" 반발... 전문가 "당일 재경기했어야"

대한수영연맹

대한수영연맹

그러나 한 전문가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재경기를 당일에 치러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종종 재경기가 치러지는 국제대회서도 통상적으로 해당 종목의 예정된 경기가 끝난 뒤 마지막에 진행했다"며 "다음 날 재경기를 치른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공식 접수된 이의신청이 수용될 경우 재경기가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데도 서둘러 심판들이 퇴근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전문가는 "이의신청 수용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심판이 대기했어야 했고, 만약 심판이 없었다면 다시 소집해서라도 그날 재경기를 했어야지, 심판이 퇴근했기 때문에 다음 날 재경기한다는 건 이의신청한 팀에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며 "순위가 바뀔 개연성이 크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당연히 피해 팀은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정출발 오심도 마찬가지지만, 연맹이 '규정 위반이 아니어서 문제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면 결국 신뢰를 잃어버린다"며 "대회 운영의 묘가 굉장히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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