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인터폴 총재' 김종양 "한국 경찰, 국제 무대서 경쟁력… 더 많은 기여해야"

입력
2021.12.08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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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임기 마친 김 전 총재 인터뷰>
집행위원으로 인터폴에 발 들여 10년간 활동
집행위원-부총재-총재 연달아 역임 '유일무이'
각국 경찰에 교육훈련·재정지원 강화 역점
"국제적 네트워크와 경험, 이젠 함께 나누고파"

김종양 전 인터폴 총재가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손효숙 기자

김종양 전 인터폴 총재가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손효숙 기자

"한국 경찰의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뛰어난 후배들이 한국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데에 가교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합니다."

김종양(60) 전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총재는 전 세계 범죄에 대응하는 국제 경찰조직을 이끌었던 소감을, 이달 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2018년 11월 한국인 최초로 인터폴 수장에 오른 그는 최근 3년 임기를 마쳤다.

인터폴은 국제범죄·테러·재난 등 치안 문제에 대한 각국 경찰의 협력을 도모하고자 1923년 설립된 경찰협의체다. 195개국을 회원으로 거느린 거대 조직으로, 국제 범죄조직 검거와 해외 도피사범 송환 등을 위한 공조 임무를 수행한다. 김 전 총재는 2012년 집행위원을 시작으로 올해 총재로 이임할 때까지 내리 10년 동안 인터폴에서 활동하면서 이 조직의 산 증인이 됐다.

행시 29회 출신인 김 전 총재는 1992년 고시 특채로 경찰에 입문해 경남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을 거쳤다. 미국 LA 총영사관 주재관을 지내며 국제 수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계기로 2012년 인터폴 아시아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 예상을 깨고 1위로 당선됐다. 이어 2015년 부총재 선거에서 회원국 70%의 압도적 지지로 서열 2위 자리에 올랐다. 인터폴 역사에서 집행위원부터 부총재, 총재를 연속적으로 맡은 인사는 김 전 총재가 유일하다.

인터폴에서 국제적 업무 능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 올린 그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중국 출신 멍훙웨이 인터폴 총재가 부패 혐의로 자국에서 체포되면서 총재 보궐선거가 치러진 것이다. 김 전 총재는 "멍훙웨이 총재 사임 이후 권한대행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일생일대의 기회였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이었지만 선거전이 시작된 후에는 치열하게 매달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투표권이 있던 194개국 대표를 일일이 직접 접촉해 지지를 당부했고, 특히 후진국을 악착같이 설득하며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각국 경찰 수장들의 지지를 업고 인터폴 수장에 취임한 김 전 총재는 조용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경찰 교육 프로그램 확대와 재정적 지원이 가장 역점을 둔 목표였다고 한다. 그는 "국제 안전망의 허점을 차단하고, 인터폴 회원국 간 원활한 협력을 위해선 각국의 치안 시스템을 일정 수준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의 경찰력과 인프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교육과 훈련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우리나라 경찰대학이 지난해 2월부터 '아시아 글로벌 아카데미'로 최초로 지정돼 다양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종양 전 인터폴 총재가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인 사무실에서 지난 3년의 임기를 회상하고 있다. 손효숙 기자

김종양 전 인터폴 총재가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인 사무실에서 지난 3년의 임기를 회상하고 있다. 손효숙 기자

김 전 총재 부임 이후 한국 정부와 인터폴 협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됐다는 것이 경찰 안팎의 평가다. 경찰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터폴 가입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아동성착취물 및 전화 사기 등 경제범죄 대응을 위한 기획 수사에 자금을 지원했고, 올해는 디지털 저작권 침해 관련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김 전 총재는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한국의 치안 시스템과 경찰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라며 "현재 한국 경찰은 세계 각국의 치안 정보를 모아 분석·관리하는 인터폴 수사 기획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재 재임 기간 우리나라 경찰관의 인터폴 진출이 활발해진 점도 무시 못할 소득이다. 한국 출신 총재의 존재 자체가 자국 인재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는 배경으로 작용한 셈이다. 실제 김 전 총재가 집행위원에 당선된 2012년 당시 인터폴 본부에 파견된 한국 경찰은 단 2명이었지만 현재는 14명으로 크게 늘었다.

김 전 총재는 "아시아의 인재들, 특히 대한민국 경찰이 국제 무대에서 더 많은 활약을 하기 위해서는 각 수사 분야의 전문성과 어학능력,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며 "그동안 국제 사회에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와 경험을 강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후배들과 나누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인터폴'은

인터폴의 정식 명칭은 국제형사경찰기구(ICPO·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다. "보다 안전한 세상을(for a safer world)"이란 슬로건 아래 국제 범죄, 테러, 재해 등과 관련한 국가 간 협력을 위해 조직됐다. 195개 회원국이 가입해 국제연합(유엔) 다음으로 큰 국제기구다.
프랑스 리옹의 인터폴 본부와 제2청사에 해당하는 싱가포르 사무소, 대륙별 7개 지역 사무소 등에 총 1,1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이 가운데 각국 경찰기관에서 파견된 경찰은 300명 수준이다.
인터폴 운영 예산은 회원국 경제규모를 감안해 책정한 각국 분담금으로 편성, 운영된다.

글·사진=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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