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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달, 다시 불러보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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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해다. 시곗바늘이 2021년을 가리킨 순간, ‘소’가 들어간 메시지가 인사말로 쏟아졌다. ‘새해 복 받으소, 건강하소, 행복하소, 꽃길만 걸으소’ 등등 우리는 소를 빌려 덕담을 주고받았다. 한국 사람에게 소는 어떤 의미인가? 새해에 전해 온 소의 이미지는 지금도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가? 한 해의 마지막 달에서야 그 뜻을 되새겨 본다.
많은 나라에서 소는 힘이 세고 일을 열심히 하는 순한 존재로 묘사된다. 소를 빌린 한국어 표현에서도 그 점은 비슷하다. 우선 소는 언제나 우직하고 성실한 일꾼으로 그려진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두고 ‘소같이 일한다’고 한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에서는 속도는 느려도 믿음직하고 알차다는 믿음도 보인다. ‘큰 소가 나가면 작은 소가 큰 소 노릇한다’며, 윗사람 일을 아랫사람이 대신하여 수행하는 사명감도 소로 말한다. 또한, 소는 경제적 여유로움이자 풍요를 상징한다. ‘두렁에 든 소’란 말이 있다. 도랑 양편에 우거진 풀을 다 먹을 수 있는 형편에 놓인 소라는 뜻이다. 이리하거나 저리하거나 풍족한 형편을 비유하는 말로, 어렵고 곤궁한 경제 상황에서 보면 더없이 부러운 대상이다.
평범한 집에서 소는 아마도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존재였을 것이다. 소 한 마리는 미래를 꿈꾸는 한 아이의 학비가 되기도 한다. 방심하다가 귀한 것을 잃고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한다. 지금도 특별한 식탁에만 오르는 소를 보면 괜한 표현이 아니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행동하는 사람을 나무라는 말로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한다. 이 또한 소의 가치가 강조된 말이다.
온갖 그림과 문자로 그렇게 소를 불러댔는데, 그 한 해가 저물어 간다. 12월이라 하면 아쉬움, 송년음악회, 감사 카드 등이 떠오른다. 그런데 모든 마지막은 아직 끝이 아니라는 데 묘한 멋이 있다. 마지막이란 다시 시작될 무언가의 서막이 되기도 한다. 연초의 소는 다 어디로 갔는가? 우리의 마음에 아직 살아 있을까? ‘소는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이 있다’고 한다. 크게 두드러지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타고난 품성대로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덕이 따른다는 말이다. 12월 매듭달, 아쉬움보다는 소복하게 담긴 정성으로, 소를 타고 전해지던 덕담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2021년은 아직도 한 달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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