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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 성폭력 피해 배상의 길 연 김은희 "내가 아니면 또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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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허스토리’는 젠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뉴스레터입니다. '허스토리'가 인터뷰 시리즈 '여자를 돕는 여자들(여.돕.여)'을 시작합니다. 정치·대중문화·창업·커리어·리더십·지역 등 각자의 자리에서 여성의 영토를 넓혀나가는 이의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담습니다. 이 개척자들의 서사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더 단단히 연결되려는 취지입니다. 전문은 크라우드펀딩(https://tumblbug.com/herstory2022) 후원을 통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이 열 글자가 수많은 기사의 헤드라인을 크게 장식했던 최초의 순간이 있다. 2020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4ㆍ15 총선을 앞두고 테니스코치 김은희(30) 씨를 영입인사로 발표했던 날.
한 동안 그는 세상의 온갖 물음표를 몰고 다녔다. “아니, 성폭력 피해자가 가뜩이나 젠더감수성 한참 떨어지는 한국당엔 왜?” “성폭력 피해자가 정치를 왜?” ‘영입 인사 1호’로 소개되며 많은 카메라 앞에 선 날, 그의 표정은 한참 굳어 있었다. 마이크를 쥐고 인사를 하는 동안에도 얼굴에는 여러 생각이 스치는 듯했다. 마치 ‘내가 어울리는 자리에 있는 건가’ 하는 복잡한 표정으로.
그는 제1야당의 첫 영입 인사로 이름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지역구 공천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되었고, 미래한국당(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이 만든 비례대표 위성 정당)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당선권 밖의 번호를 받아 국회에 입성하진 못했다. 그리고 얼마간 세상과 거리를 두는 듯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던 김은희의 이름 세 글자가 다시 언론에 등장한 건, 지난 8월 한 법원 판결 기사에서였다. 19년 전인 초등학생 시절 테니스 코치였던 성폭력 가해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에서 승소가 확정된 것이다.
중요한 건 승패보다 판결의 내용이었다. 10년이 훌쩍 넘은 범죄 피해에 손해배상 청구 권리가 있는지가 최대 쟁점이었는데, 법원은 청구권 시효의 시작을 마지막 범행이 아닌 ‘성폭행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현실화’ 시점으로 본 기념비적인 판결이었다. 오래 전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도 민사 배상의 길이 열린 셈이다. 그가 지난한 재판 과정을 감당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법적 해석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5년 동안 지난한 민ㆍ형사 소송의 끝을 맺으며 그는 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 꼭 네가 해야 돼?’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제가 하면 다음에 누군가는 이 과정을 안 거쳐도 되거나,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잖아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를 해야, 그것을 발판 삼아 누군가 앞으로 나갈 수 있지 않겠어요?”
나를 위해 그리고 뒤따르는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감당해가며 '여자를 돕는 여자' 김은희 코치를 지난 10월 서울 용산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 허스토리가 발췌한 김은희의 말들
1. “단 한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정치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2. “내가 나서지도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용기 내라고 할 수 없지 않나요.”
3.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판사의 글씨를 받고 싶었어요.”
4.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 용기를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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