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시 동물 구조는 사람 안전과 직결… 민관협력 체계 갖춰야"

입력
2021.12.03 11:00
'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2019년 4월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산불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은 진돗개 금비. 동물자유연대 제공

"태풍∙지진 때 반려동물도 구조하고 재난대책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11월 26일)한 '애니청원'을 통해 반려동물을 위한 재난대책의 필요성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관련법 발의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반려동물 재난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해당 청원에 한국일보닷컴과 포털사이트, 동물자유연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1,800여 명을 넘었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에는 2019년 4월 강원 고성산불 이후 구체적인 관련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대해 물었습니다. 또 이은주 의원과 반려동물 재난대책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온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에게 재난 현장에서 바라본 반려동물 재난대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재난 시 반려동물대피 관련 가이드라인을 연구해온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에게는 해외 반려동물 재난대책의 시사점에 대해 묻고 이를 전해드립니다.

2019년 4월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트라우마를 겪은 진돗개 금비를 보호자가 쓰다듬고 있다. 금비는 산불 트라우마 치료를 받았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농식품부는 지난해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재난에 대비한 반려동물 대피시설 지정, 대피 가이드라인 제작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요.

"재난재해 시 감독기관을 통일해 대응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행정안전부의 재해구호법에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대피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는데요. 재해구호 대상이 이재민, 일시 대피자 등 사람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서울대 수의대에 의뢰해 '재난 시 반려동물대피 관련 가이드라인' 제작은 완료했지만 관련 지원용품을 실제 지방자치단체가 갖출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에는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대피시키는 1차적 의무가 보호자에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 법안이 통과되는 시점에 맞춰 가이드라인 배포를 검토 중입니다."(농식품부 동물보호과 관계자)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당시 대피소 출입 불가로 산 중턱에서 지내던 고양이 남매를 동물자유연대가 병원으로 이송하는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재난현장에서 반려동물 구조, 지원에 있어 가장 문제는 뭐였나요.

"고성산불 당시 고양이 남매 휴지와 봉지는 집이 전소되어 대피소로 가야 했지만 반려동물 출입금지로 야산에서 지냈습니다. 반려견 금비의 경우 보호자가 견사 문을 열고 대피해 신체적 피해는 없었지만 산불로 인한 트라우마가 심해 우울증상을 보였는데 이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고양이 남매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금비의 치료를 도왔는데요. 이는 위급시 지자체에 반려동물 구조, 지원을 위한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보호자들 역시 정보 부족으로 재난키트 등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하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

-반려동물 재난대책을 위한 관련 법안도 발의된 상황인데요. 반려동물 구조, 지원을 위해 어떤 대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나요.

"재난재해시 컨트롤타워는 행안부입니다. 동물 피해나 구조는 결국 반려인의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행안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반려동물 동반 대피소 지정, 반려동물 재난대책 대비 가이드라인 등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재난재해계획을 수립하고, 동물 대피, 물자 제공, 동물 치료 등 실제 계획을 시행할 때 지자체와 동물단체, 지역 수의사회 등 민간단체가 협력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재해 발생 시를 가정해 소년이 반려견과 대피 훈련을 하는 모습. 아사히 시포 캡처

-반려동물 재난대책을 이미 마련한 나라들도 있는데요.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미국, 일본, 호주 등은 중앙정부 지침에 따라 각 지자체별로 재난 시 동물의 대피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재난 대응 관련 법과 가이드라인에 반려동물이 포함되어 있고, 재난 상황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의무와 역할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재난 발생 전에는 시민 대상 교육과 홍보를 하고 재난 후에는 반려동물을 돌보는 등 단계별로 대응 방안을 정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이하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도쿄 지요다구청이 반려인에게 나눠주는 '개와 행복하게 살기' 가이드북에는 재난재해 시 반려동물과 대피할 수 있는 내용이 자세하게 들어 있다. 고은경 기자

-재난 시 반려동물대피 관련 가이드라인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하나요.

"자신의 반려동물을 대피하고 보호할 의무는 당연히 보호자에게 있지만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직접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고,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시민과 반려동물을 위해 재난대응에 대한 지침을 만들고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안전하게 대피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지자체의 역할입니다.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을 미리 파악하고, 반려동물 지원 키트를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애니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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