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상대 당 공격에 여념이 없는 여야가 여성 비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인들이 한심한 젠더 감수성을 드러낸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점점 심각하게 본다는 것조차 모른 채 여전히 사소한 문제로 여기는 듯하다. 선거전략 차원에서도 부유하는 젊은 여성 표를 애써 내다버리는 꼴이다. 선대위 차원에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반적인 젠더 인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일 조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두고 “전투복 위의 예쁜 브로치” “액세서리 느낌”이라고 비하했다. 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에도 김 위원장은 사과는커녕 “액세서리는 여성만 달지 않는다”는 변명 같은 입장문을 냈다. 민주당이라고 나을 것도 없다. 민주당 선대위 일원인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조 위원장 사진을 나란히 올리고 ‘차이는?’이라며 외모 비교를 암시했다가 비판이 일자 하루 만에 삭제했다. 앞서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두 아이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라고 썼다가 사과했다. 국민의힘의 젠더 감수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여겨졌던 이수정 위원장도 비판에 휩싸였다. 군 법무관 임관 때 남성이 차별받는다는 틀린 사실을 언급하고 군 가산점제 부활을 주장하는 등 왜곡된 현실 인식을 드러낸 탓이다.
이런 발언 전에도 쥴리 논란이 있었고 20대 남성 표를 잡기 위한 성차별적 공약이 포함되는 등 이번 대선은 ‘성평등 원칙을 허무는 선거’가 되고 있다. 애초에 국민의힘이 젠더 갈등을 이용한 ‘이남자 정치’를 시작한 게 문제지만 맞대응할 능력이 없는 민주당도 함께 휩쓸려 가고 있다. 이런 근시안적 정치로 사회가 지향해야 할 성평등 가치가 흔들리고 갈등이 악화하는 것에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박빙 승부가 될 대선에서 젊은 남성 표만 공략하면 이길 것이란 계산도 의문스럽다. 여야를 막론하고 성평등 원칙을 재천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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