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국 사태' 사과… "민주당 외면받는 근원 중 하나"

입력
2021.12.02 13:52
수정
2021.12.02 18:5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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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클럽 토론회서 "낮은 자세로 사과"
탈원전에는 "국민의견 맞춰 재고해 볼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김영희 전 MBC 부사장의 영입을 환영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김영희 전 MBC 부사장의 영입을 환영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조국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감싸는 '내로남불'식 태도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조국 사태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 표심 구애를 위한 메시지로 읽힌다.

이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비판받은 근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열린민주당과 민주당이 합당하면 조국의 늪에 빠질 수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민주개혁 진영은 더 청렴해야 하고 작은 하자조차 책임지는 게 맞다. 그 점을 표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내로남불'식 옹호에도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우리는 억울하다',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냐'라는 태도가 질책이 됐을 것이다.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라며 "지위가 높고 책임이 클수록 비판의 강도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들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국민을 아프게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과거 이 후보의 발언과 비교할 때, 대선에 앞서 이른바 '조국의 강'을 건너려는 의도는 더욱 선명해 보인다. 토론회 패널이 "방금 그 사과는 조국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냐"라고 확인하자, 이 후보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는 "만약 유죄가 확정되면 조 전 장관 가족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더 큰 문제는 검찰의 선택적 검찰권 행사에 있다"며 '양비론'을 펼친 바 있다.

다만 이 후보가 사과에 이은 구체적 개선방안을 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단순히 말뿐이 아니라 조국 사태로 무너져내린 시스템과 관행을 복원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면 진심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고, 반면에 말만 이렇게 할 뿐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선거를 앞두고 하는 의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입대 문제에는 "면제는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겠다"며 '입영 연기'가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2017년 10월 국무회의 의결로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에 대해 "이 문제에 한해 국민들의 의견에 맞춰 충분히 재고해볼 수 있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선대위 합류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선 "뛰어난 지도력을 가지신 분이고 제가 단식 농성할 때도 지지해주셨다.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존경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모시고 싶다"면서도 "저희가 요청드리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다"며 거리를 뒀다.

홍인택 기자
김세인 인턴기자
최재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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