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반값 아파트'

입력
2021.12.0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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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시 '반값 아파트' 정책을 이끌게 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신임 사장이 지난 10일 후보자로서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시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반값 아파트' 정책을 이끌게 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신임 사장이 지난 10일 후보자로서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시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대선국면에서 여야 간 ‘반값 아파트’를 두고 치열한 공약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기본주택’이든,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의 ‘원가주택’이든, 반값 아파트 개념이 들어가지 않은 얘기가 없을 정도다. 사실 대선까지 갈 것도 없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출신의 시민운동가 김헌동씨를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기용하면서 서울시 차원의 반값 아파트 공급책을 발 빠르게 가동한 상태이기도 하다.

▦ 반값 아파트의 기본구조는 ‘토지임대부주택’이다. 수도권 분양아파트의 경우, 분양가의 60% 이상이 토지가격이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 주택공사 등 공공이 토지 소유권을 갖고 건물만 분양하면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에 공급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라 구축된 정책이다. 해외에서는 싱가포르, 스웨덴, 핀란드 등에서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운영된 선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노무현 정부 때 일부 시도가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으로 본격 시행된 바 있다.

▦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관련법 등을 근거로 추진된 보금자리주택은 나름의 정책효과를 낸 시도로 평가되기도 한다. 당초 도심 재개발ㆍ재건축을 통해 20만 가구, 그린벨트 등을 해제해 도시 근교에 30만 가구, 택지개발을 통해 50만 가구를 10년에 걸쳐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관련 입법 1년 만인 2009년 9월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서울 강남ㆍ서초 일대에서 3.3㎡(1평)당 1,000만 원대의 시범 아파트 분양을 시작했다.

▦ 당시 불황에 반값 아파트가 등장하자 민간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고 건설사 부도설이 팽배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정책을 폐기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 정부 때 서울 아파트값(중위값)이 3% 하락하는데 적잖이 작용했다. 따져 보면 지금의 여야 공약과 서울시 반값 아파트 정책은 결국 이명박 정부 반값 아파트의 부활인 셈이다. 실현 의구심과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토지임대부주택이 활성화하면 장기적으론 국민 주거복지에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본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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