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자를 정하듯 집을 고르자

입력
2021.12.01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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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의 느낌을 첫인상이라고 한다. 첫인상이 주는 효과로 느낌이 좋은 사람을 만나면 시선이 끌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꾸미는 것에 신경을 쓴다. 좋은 옷을 입거나 헤어 스타일이나 피부와 향기까지도 관리한다. 그뿐인가. 말하는 모양과 억양도 훈련한다.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인격을 드러내는 지표로써 학력이나 전문지식, 교양도 겸비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하드웨어, 외피라고 한다면 교양, 지식 인격과 같이 속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를 소프트웨어, 내피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이렇게 외적 가치와 내적 가치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결합체와 같다.

우리 조상들이 추구했던 선비정신은 이러한 외피와 내피를 행함과 배움으로 구분하였다. 그래서 선비들은 행함에 집중하면 배움이 부족해지고 배움에만 집착하면 행함이 부족해짐을 늘 경계하며 정중동의 자세를 취하고자 노력하였다. 행한 만큼 내적인 비움이 생기니 늘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고 그것을 행함에 과함이 없도록 유지하는 자세를 갖추고자 한 것이 삶의 지혜이자 태도였다.

사람의 이러한 형상적 가치를 건축공간에 비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세계적 건축가인 베르나르 추미는 미국의 콜롬비아대학에서 건축대학 학장을 지내면서 벡터와 엔벨로프라는 이론으로 세계적 명성을 이끌었다. 그가 주장하는 건축이론의 핵심은 외피를 이루는 건축의 형상과 내피를 채우는 공간의 스토리가 서로 어떻게 역할을 하는가를 해석함으로써 건축공간이 유기적 공간체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동양적 선비사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에 녹여 넣어 해석해 본다면 나는 건축을 ‘사람과 같다’고 정리하고 싶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첫인상처럼 집을 처음 만났을 때 그 느낌이 있다. 참 화려하다는 느낌. 이 집은 넓고 웅장하다는 느낌. 또는 아담하고 소박하다는 느낌 등 만나는 공간마다 다양한 느낌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편안함, 경이로움, 불편함, 긴장 등의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느낌을 느끼는 것이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느끼는 느낌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집은 얼굴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니 얼마나 기쁜가?"라고 말한 공자의 말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갈급함은 우리 삶에 귀중한 가치이다. 공간도 그러하다. 좋은 집과 공간이란 그래서 평생을 같이할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특히, 일반 서민이라면 평생에 자기 집을 하나 갖게 되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꿈이자 바람이다. 마치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과 같이 소중한 만남이기에 내가 살 공간은 그 형상이나 모양이 내 맘에 들어야 한다.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 반려자를 결정하듯 평생을 같이할 공간은 나의 가치기준 안에서 정해지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떠밀리듯이 어쩔 수 없이 집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이 불행일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모든 국민이 똑같이 생긴 집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살면서도 내 브랜드가 더 가치가 높다는 것을 자랑하며 사는 모습은 슬프기까지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듯이 나에게 걸맞은 좋아하는 공간에 함께할 때 삶은 더욱 기쁨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집은 인생의 반려자와 같은 좋은 친구여야 한다.


김대석 건축출판사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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