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투의 상징’ 이토 시오리, 우익 만화가에 손배 소송서 승소

입력
2021.12.01 16:50
수정
2021.12.1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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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투운동의 상징인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가 2019년 12월 18일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성폭행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뒤 '승소'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미투운동의 상징인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가 2019년 12월 18일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성폭행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뒤 '승소'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32)가 자신을 비방, 조롱한 그림을 그린 우익 만화가에게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는 전날 이토에 대한 비방 그림을 트위터에 올린 만화가 하스미 도시코에 대해, 이토에게 88만 엔(약 915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리트윗한 남성 2명에 대해서도 각각 11만 엔(약 114만 원)을 지불하도록 했다.

판결에 따르면 하스미는 2017~2019년, 이토를 닮은 여성의 그림과 함께 ‘베개 영업’ 등 그를 조롱하는 문구를 넣은 일러스트레이션을 트위터에 5번이나 올렸다. 오다 쇼지 재판장은 이에 대해 “허용되는 한도를 넘은 모욕”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스미 측은 “가공의 여성을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판결은 “용모가 유사해 이토 씨로 인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견을 쓰지 않고 리트윗만 한 남성 2명에 대해서도 “찬동 의견이라고 볼 수 있다”며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했다.

이토는 언론인 지망생이던 2015년 4월 야마구치 노리유키 당시 TBS 기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고발해 일본 미투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첫 경찰 신고 후 가해자가 불기소되는 등 당시 일본 사회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인권에 둔감한 모습을 보였다. 민사 소송도 제기한 이토는 2019년 12월 최종적으로 4년 8개월 만에 승소했지만 그때까지 수많은 비방과 모욕에 시달렸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그를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이번에 패소한 하스미는 스스로 ‘화이트 프로파간다(백색선전) 만화가’라고 부르며 지속적으로 인종차별, 성차별적 삽화를 그려왔다. 2015년에는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진작가가 촬영한 시리아 난민 소녀의 사진을 본따 그린 그림에 “남의 돈으로 고생 없이 살고 싶다. 그렇다, 난민을 하자!”라는 문구를 붙인 일러스트레이션을 게재해 국제적 비판도 받았다. 그럼에도 꿋꿋이 “자칭 피해자, 약자들의 실태를 폭로한다”며 재일코리안과 한국 여성, 일본군 위안부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담긴 ‘그렇다, 난민을 하자! 하스미 도시코의 세계’라는 일러스트레이션집을 발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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