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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이 무속인들에 외친 "어명이요!" 지리산서 실제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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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주지훈 주연의 tvN 드라마 '지리산'은 김혜수·조진웅이 빛낸 '시그널'(2016)과 닮았다. 주인공들은 누군가는 꼭 기억해야 할, 사고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과거와 현재를 샅샅이 훑어가며 쫓는다.
달라진 건 크게 두 가지다. '시그널'에서 두 주인공이 무전기로 시간을 뛰어넘어 미제사건을 파헤친다면, '지리산'에선 흙산의 돌과 나무로 만든 표식으로 어렴풋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범죄의 무대는 주택가에서 지리산으로 옮겨졌다. 이 산은 일제강점기 독립 투사의 피난처였고,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의 근거지였다. 김은희 작가는 사연 많은 이 산을 지렛대 삼아 공포를 굴린다.
극 중 국립공원 레인저 현조(주지훈)는 감춰진 비극을 들추며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는 기억해 줘야죠." 드라마 초반 과도한 컴퓨터그래픽과 생뚱맞은 샌드위치 간접광고로 구설에 올랐음에도 '지리산'에 적잖은 시청자들이 하산하지 않고 머무는 이유다. 드라마 속 레인저들의 실제 모델인 권욱영 국립공원공단 실장과 손경원 산악안전교육원 과장, 김은희 작가의 얘기를 종합해 지리산 속 역사의 상처와 국립공원에서 벌어진 추태를 짚어본다.
①사람 잡는 감자 폭탄?
지리산 내 등산객 입산 금지 구역으로 뱀을 잡으러 간 땅꾼 일만(민무제)은 무덤 상석에 놓인 감자 모양의 물건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오른손으로 집어들어 이리저리 훑어보던 일만은 그 물건을 땅에 떨어뜨리고, "뻥" 소리와 함께 즉사한다. '감자폭탄'이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1990년대 지리산에선 감자폭탄이 터져 화개 주민이 다쳤다. 웅담을 노린 전문 밀렵꾼들이 곰을 잡기 위해 폭탄을 밀랍으로 감싼 뒤 그걸 철사로 엮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았다고 한다. 곰이 덥석 입으로 물면 터지는 원리다. 권 실장은 "1970년 설악산에서 반달곰을 잡은 뒤 밀렵꾼들이 백두대간을 따라 마지막 남은 지리산까지 내려와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② 지리산 자락서 공동제사?
"누구 제산데 저렇게 다들 모여 있는 겁니까?"(현조) 느티나무가 우뚝 선 마을 공터에 마련된 제사상엔 구조원부터 친구 셋이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찍은 사진 10여 개가 놓여 있다. 이 중엔 이강(전지현) 부모의 사진도 있다. 모두 지리산 수해 희생자들이다. 이 에피소드는 1998년 7월 31일 지리산에서 실제로 벌어진 수해 참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지리산 계곡 지역에 300mm 이상의 폭우가 내려 총 78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책 '지리산 국립공원 50년사'는 수해의 참상을 이렇게 기록했다. "6·25 이후 지리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건 처음이다."
③돌과 나무로 된 표식?
이강과 현조는 '빨치산 표식'을 보고 사건 현장을 찾아간다. 나뭇가지와 세워진 돌의 바뀐 방향이 단서다. 김 작가는 대본을 쓰려고 지리산 답사를 갔다가 중산리에 있는 빨치산전시관에서 본 '낙오된 빨치산을 위한 비상선'이란 제목의 안내문을 보고 그 표식을 스릴러의 소재로 활용했다. 안내문엔 우물 정(#)자 모양의 빨치산 표식이 나뭇가지로 돼 있었는데, 김 작가가 이를 변형해 사용했다. 빨치산은 나뭇가지나 돌로 선착 신호를 해놓고 연락을 주고받았다.
3회에서 금례(예수정) 할머니는 백토골 총알 나무에서 누군가 놓아둔 버섯 독이 든 음료를 마시고 숨을 거둔다. 어머니 추모 차 간 곳에서 금례는 불타는 여러 사람이 죽어가는 환영을 본다. 지리산에서 벌어진 양민 학살을 극에 녹인 것이다. 지리산 자락의 경남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에선 2008년 군인에 총살된 민간인 유해 230여 구가 발굴됐다.
④국립공원에서 내림굿을?
"어명이요." 이강은 산에서 내림굿을 하던 무속인들에게 이렇게 소리치며 단속한다. 계룡산과 북한산, 태백산 등에서 실제로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권 실장은 "내림굿을 할 때 무당은 진짜 눈이 돌아가 있고, 칼 위에서 춤을 춰 그냥 무턱대고 막으면 다칠 수 있어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단속하곤 한다"며 "단속할 땐 무당의 저주도 듣고, 무당이 집어던진 돼지머리에 맞기도 한다. 실제로 '어명이요'라고 외치고 단속을 하는 레인저들도 있다"고 말했다.
⑤소나무 굴취범 사망?
"회장님 별장에 심을 거니까 특별히 신경 좀 써주세요." 2회에선 소나무를 불법으로 굴취하려다 사람이 죽는다. 이 에피소드는 2012년 월악산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각색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직원이 순찰 도중 100m 정도를 무언가를 끌어 내린 흔적이 있어 올라가 보니, 소나무 한 그루가 굴취된 흔적을 발견했다. 주변의 나무들도 싹둑 베인 상태였다. 손 과장은 "해송은 보통 한 그루에 1억 원에 밀거래되다 보니 다도해에서 자란 소나무를 굴취하기 위해 배를 띄운 이들이 적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레인저들 근무 일지에서 소나무 굴취범 사례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났다"며 "어떻게 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싶어 극에 녹였다"고 작업 뒷얘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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