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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이 무속인들에 외친 "어명이요!" 지리산서 실제 이런 일이?

입력
2021.12.02 04:30
수정
2021.12.02 08: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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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리산'이 들춘 역사의 상처와 추태
"누군가는 기억해야죠" 양민학살 들춰
"6·25 이후 지리산서 수해로 최다 사망" 1998년 그날
"돼지머리로 머리 맞기도" 굿 단속 수난
1억원 해송 때문에... "배 띄우기도"

드라마 '지리산'에서 국립공원 레인저 이강(전지현)이 "어명이요"라고 외치며 무속행사를 단속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드라마 '지리산'에서 국립공원 레인저 이강(전지현)이 "어명이요"라고 외치며 무속행사를 단속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전지현·주지훈 주연의 tvN 드라마 '지리산'은 김혜수·조진웅이 빛낸 '시그널'(2016)과 닮았다. 주인공들은 누군가는 꼭 기억해야 할, 사고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과거와 현재를 샅샅이 훑어가며 쫓는다.

드라마 '지리산'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뒤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산에 누워 쉬고 있다. tvN 제공

드라마 '지리산'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뒤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산에 누워 쉬고 있다. tvN 제공


전북 남원시 산내면 와운마을 천년송. 드라마 '지리산'에서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앉아서 얘기하는 곳이다. 남원시 제공

전북 남원시 산내면 와운마을 천년송. 드라마 '지리산'에서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앉아서 얘기하는 곳이다. 남원시 제공


드라마 '지리산'에서 천년성 주변에서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이야기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드라마 '지리산'에서 천년성 주변에서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이야기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달라진 건 크게 두 가지다. '시그널'에서 두 주인공이 무전기로 시간을 뛰어넘어 미제사건을 파헤친다면, '지리산'에선 흙산의 돌과 나무로 만든 표식으로 어렴풋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범죄의 무대는 주택가에서 지리산으로 옮겨졌다. 이 산은 일제강점기 독립 투사의 피난처였고,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의 근거지였다. 김은희 작가는 사연 많은 이 산을 지렛대 삼아 공포를 굴린다.

드라마 '지리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산동면 부절리 소나무숲. 극에서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앉아서 얘기하는 곳이다. 남원시 제공

드라마 '지리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산동면 부절리 소나무숲. 극에서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앉아서 얘기하는 곳이다. 남원시 제공


드라마 '지리산' 소나무숲에서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드라마 '지리산' 소나무숲에서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극 중 국립공원 레인저 현조(주지훈)는 감춰진 비극을 들추며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는 기억해 줘야죠." 드라마 초반 과도한 컴퓨터그래픽과 생뚱맞은 샌드위치 간접광고로 구설에 올랐음에도 '지리산'에 적잖은 시청자들이 하산하지 않고 머무는 이유다. 드라마 속 레인저들의 실제 모델인 권욱영 국립공원공단 실장과 손경원 산악안전교육원 과장, 김은희 작가의 얘기를 종합해 지리산 속 역사의 상처와 국립공원에서 벌어진 추태를 짚어본다.

드라마 '지리산'의 실제 모델인 권욱영(왼쪽) 국립공원공단 실장과 손경원 산악안전교육원 과장이 최근 서울 중구 소재 공단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권 실장은 "매해 12월 31일에 신년 해맞이 행사 안전관리로 산에서 잤다"며 "지인들이 등산 가자고 하면 절대 안 간다"며 웃었다. 손 과장은 "2005년 설악산에서 조난자를 구조해 업고 뛰는 데 갑자기 그 분이 축 늘어지는 느낌이 들어 봤더니 숨을 거두셨다"고 했다. CJ ENM 제공

드라마 '지리산'의 실제 모델인 권욱영(왼쪽) 국립공원공단 실장과 손경원 산악안전교육원 과장이 최근 서울 중구 소재 공단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권 실장은 "매해 12월 31일에 신년 해맞이 행사 안전관리로 산에서 잤다"며 "지인들이 등산 가자고 하면 절대 안 간다"며 웃었다. 손 과장은 "2005년 설악산에서 조난자를 구조해 업고 뛰는 데 갑자기 그 분이 축 늘어지는 느낌이 들어 봤더니 숨을 거두셨다"고 했다. CJ ENM 제공


손경원 산악안전교육원 과장이 국립공원에서 일할 때 쓴 수첩. 김은희 작가는 이 수기 등을 토대로 드라마 '지리산' 레인저들의 삶을 그렸다. 양승준 기자

손경원 산악안전교육원 과장이 국립공원에서 일할 때 쓴 수첩. 김은희 작가는 이 수기 등을 토대로 드라마 '지리산' 레인저들의 삶을 그렸다. 양승준 기자


드라마 '지리산'에서 땅꾼이 감자폭탄을 보고 손으로 잡으려 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드라마 '지리산'에서 땅꾼이 감자폭탄을 보고 손으로 잡으려 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국립공원공단 직원이 1997년 산에서 감자폭탄을 제거하는 모습. 공단 제공

국립공원공단 직원이 1997년 산에서 감자폭탄을 제거하는 모습. 공단 제공


①사람 잡는 감자 폭탄?

지리산 내 등산객 입산 금지 구역으로 뱀을 잡으러 간 땅꾼 일만(민무제)은 무덤 상석에 놓인 감자 모양의 물건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오른손으로 집어들어 이리저리 훑어보던 일만은 그 물건을 땅에 떨어뜨리고, "뻥" 소리와 함께 즉사한다. '감자폭탄'이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1990년대 지리산에선 감자폭탄이 터져 화개 주민이 다쳤다. 웅담을 노린 전문 밀렵꾼들이 곰을 잡기 위해 폭탄을 밀랍으로 감싼 뒤 그걸 철사로 엮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았다고 한다. 곰이 덥석 입으로 물면 터지는 원리다. 권 실장은 "1970년 설악산에서 반달곰을 잡은 뒤 밀렵꾼들이 백두대간을 따라 마지막 남은 지리산까지 내려와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지리산'에서 지리산 인근 마을 주민들이 공동제사를 치르고 있다. 제사상에 올려진 사진 중엔 이강(전지현) 부모의 사진도 있다. tvN 방송 캡처

드라마 '지리산'에서 지리산 인근 마을 주민들이 공동제사를 치르고 있다. 제사상에 올려진 사진 중엔 이강(전지현) 부모의 사진도 있다. tvN 방송 캡처


1998년 지리산 수해 희생자 위령제 모습. 국립공원공단 제공

1998년 지리산 수해 희생자 위령제 모습. 국립공원공단 제공


② 지리산 자락서 공동제사?

"누구 제산데 저렇게 다들 모여 있는 겁니까?"(현조) 느티나무가 우뚝 선 마을 공터에 마련된 제사상엔 구조원부터 친구 셋이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찍은 사진 10여 개가 놓여 있다. 이 중엔 이강(전지현) 부모의 사진도 있다. 모두 지리산 수해 희생자들이다. 이 에피소드는 1998년 7월 31일 지리산에서 실제로 벌어진 수해 참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지리산 계곡 지역에 300mm 이상의 폭우가 내려 총 78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책 '지리산 국립공원 50년사'는 수해의 참상을 이렇게 기록했다. "6·25 이후 지리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건 처음이다."

드라마 '지리산'에 나오는 빨치산 표식. tvN 방송 캡처

드라마 '지리산'에 나오는 빨치산 표식. tvN 방송 캡처



③돌과 나무로 된 표식?

이강과 현조는 '빨치산 표식'을 보고 사건 현장을 찾아간다. 나뭇가지와 세워진 돌의 바뀐 방향이 단서다. 김 작가는 대본을 쓰려고 지리산 답사를 갔다가 중산리에 있는 빨치산전시관에서 본 '낙오된 빨치산을 위한 비상선'이란 제목의 안내문을 보고 그 표식을 스릴러의 소재로 활용했다. 안내문엔 우물 정(#)자 모양의 빨치산 표식이 나뭇가지로 돼 있었는데, 김 작가가 이를 변형해 사용했다. 빨치산은 나뭇가지나 돌로 선착 신호를 해놓고 연락을 주고받았다.

3회에서 금례(예수정) 할머니는 백토골 총알 나무에서 누군가 놓아둔 버섯 독이 든 음료를 마시고 숨을 거둔다. 어머니 추모 차 간 곳에서 금례는 불타는 여러 사람이 죽어가는 환영을 본다. 지리산에서 벌어진 양민 학살을 극에 녹인 것이다. 지리산 자락의 경남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에선 2008년 군인에 총살된 민간인 유해 230여 구가 발굴됐다.

드라마 '지리산'에서 국립공원 레인저 이강(왼쪽·전지현)이 공원에서 굿을 한 무속인에게 위반 내용을 고지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드라마 '지리산'에서 국립공원 레인저 이강(왼쪽·전지현)이 공원에서 굿을 한 무속인에게 위반 내용을 고지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④국립공원에서 내림굿을?

"어명이요." 이강은 산에서 내림굿을 하던 무속인들에게 이렇게 소리치며 단속한다. 계룡산과 북한산, 태백산 등에서 실제로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권 실장은 "내림굿을 할 때 무당은 진짜 눈이 돌아가 있고, 칼 위에서 춤을 춰 그냥 무턱대고 막으면 다칠 수 있어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단속하곤 한다"며 "단속할 땐 무당의 저주도 듣고, 무당이 집어던진 돼지머리에 맞기도 한다. 실제로 '어명이요'라고 외치고 단속을 하는 레인저들도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지리산'에서 소나무를 굴취하려는 이의 모습. tvN 방송 캡처

드라마 '지리산'에서 소나무를 굴취하려는 이의 모습. tvN 방송 캡처


⑤소나무 굴취범 사망?

"회장님 별장에 심을 거니까 특별히 신경 좀 써주세요." 2회에선 소나무를 불법으로 굴취하려다 사람이 죽는다. 이 에피소드는 2012년 월악산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각색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직원이 순찰 도중 100m 정도를 무언가를 끌어 내린 흔적이 있어 올라가 보니, 소나무 한 그루가 굴취된 흔적을 발견했다. 주변의 나무들도 싹둑 베인 상태였다. 손 과장은 "해송은 보통 한 그루에 1억 원에 밀거래되다 보니 다도해에서 자란 소나무를 굴취하기 위해 배를 띄운 이들이 적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레인저들 근무 일지에서 소나무 굴취범 사례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났다"며 "어떻게 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싶어 극에 녹였다"고 작업 뒷얘기를 들려줬다.

드라마 '지리산'에서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일하는 비담대피소. 전북 남원시 흥부골자연휴양림 내 설치된 세트장이다. 남원시 제공

드라마 '지리산'에서 이강(전지현)과 현조(주지훈)가 일하는 비담대피소. 전북 남원시 흥부골자연휴양림 내 설치된 세트장이다. 남원시 제공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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