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전면화... 확진자·동거인 외출 시 방역 감당할 수 있을까

입력
2021.11.30 19:00
수정
2021.11.30 21:40
6면
구독

30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되는 환자. 연합뉴스

30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되는 환자. 연합뉴스

“입원 필요성이 없는 코로나19 환자라면 이제 재택치료가 기본이다. 재택치료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국민 협조를 안내할 것이다."

30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이 재택치료 확대방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강조한 원칙이다. 내가 자가격리되면 함께 사는 가족이 학교나 직장을 못 가게 된다는 이유로 이송·격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그런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택치료 전면화에 따른 불가피한 원칙이라지만 전문가들은 ①확진자와 동거인의 외출 시 방역 문제 ②고령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치 없는 일괄적용 ③모니터링 역량 부족에 따른 혼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확진자의 절반은 재택치료 중

원래 코로나19 확진자는 병원 등 격리시설 이송이 원칙이었다. 사정상 재택치료를 해야만 할 경우 '자가격리 동의서'를 받았다. 하지만 이송·격리가 아니라 재택치료가 원칙이 되면서 이제 자가격리 동의서 없이 바로 재택치료에 들어간다. 이송·격리는 △특별한 입원 요인이 있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해 자가격리가 어렵거나 △고령, 장애 등의 이유로 별도의 돌봄이 필요하거나 △그 이외 관할 지자체장이 인정하는 이유가 있어야 가능해진다.


코로나19 재택치료 과정. 그래픽=강준구 기자

코로나19 재택치료 과정. 그래픽=강준구 기자


병상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택치료는 이미 현실이기도 하다.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모두 9,702명인데 서울 5,205명, 경기 3,288명 순서다. 이날 신규 확진자 3,032명 중 절반 가까이 되는 1,423명도 재택치료 중이다. 수도권만 따지면 재택치료 비율은 57.9%까지 올라간다.

①확진자, 동거인 외출 때 방역 대책 있나

입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치료 중 증상이 악화될 경우 잠깐 병원에 들러 주사를 맞거나 1~3일 단기 입원할 수 있는 '단기·외래진료센터'가 마련된다. 서울과 인천에는 설치 중이고, 경기에는 9곳이 준비됐다. 다른 지역 또한 최소한 권역별 1곳 이상은 만들 예정이다.

이 말은 확진자가 밖으로 나다니게 된다는 얘기다. 방역당국은 확진자 외출 시 4종 보호구(마스크, 고글 또는 안면보호구, 장갑, 긴팔 가운)를 착용한 채 구급차나 방역 택시를 활용토록 했다.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겠다는 얘기다. 아파트 같은 공용주택이 많은 수도권의 특성상 감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손 사회전략반장은 “보호구를 착용한다면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공용시설에 대한 소독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재택치료자와 함께 동거인도 10일간 격리된다. 등교, 출근은 금지하되 생활지원금을 지급한다. 현재 10일 기준 생활지원금은 1인가구 33만9,000원, 4인가구 90만4,920원인데 방역당국은 추가지원 방안을 재정당국과 협의중이다. 동거인의 경우 병원 진료나 처방약 수령 등의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외출이 허용된다. 스마트폰에 자가격리앱을 설치, 동선을 보고토록 한다. 하지만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될지는 미지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전체 감염 중 30%가 가족 간 감염인데, 만약 잠복기에 있는 이들이 외출해 바이러스를 퍼뜨릴 경우에 대한 대비가 없다"고 지적했다.

②고령자, 기저질환자 재택치료 괜찮을까?

방역당국은 확진 즉시 보건소에서 집으로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해열제, 소독제 등이 담긴 재택치료키트를 배송한다. 전국 196개 의료기관에 연계시켜 모니터링에 들어간다. 보통 확진자는 '일반관리군'으로, 60세 이상·기저질환자·50대 미접종자 등은 '집중관리군'으로 나눈다. 일반관리군은 하루 2번, 집중관리군은 하루 3번 비대면 모니터링을 통해 몸 상태를 살핀다.

방역당국은 비대면 모니터링을 통해 진료와 처방까지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천은미 교수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같은 이들은 증상이 나빠지면 곧바로 폐렴 등 중증으로 치달을 수 있는 사람들인데 비대면 모니터링 횟수를 1번 늘리는 것으론 대응하기 어렵다"며 “고위험군만큼은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하겠다 같은 최소한의 구분 정도는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연령이나 기저질환 등을 따지지 않는 재택치료 전면 적용은 무리수 아니냐는 얘기다. 의료시민단체에서는 '사실상 치료 포기 아니냐'는 비판 성명까지 내놨다.

③동네병원이 코로나19 환자 모니터링한다?

30일 오후 서울 은평구보건소 코로나19 재택치료전담반에 설치된 현황판에 재택치료자 현황이 표기되어 있다. 뉴시스

30일 오후 서울 은평구보건소 코로나19 재택치료전담반에 설치된 현황판에 재택치료자 현황이 표기되어 있다. 뉴시스


방역당국은 재택치료자에 대한 모니터링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을 '병원급 이상'에서 '의원급'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손 사회전략반장은 “동네병원과 같은 일상적 의료체계가 무증상, 경증 재택치료 환자를 관리해주는 시스템으로 재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재택치료의 핵심은 의료진이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다 악화되면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인데, 초기에는 재택치료 모니터링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혼란이 많을 것"이라 우려했다.


30일 오후 서울 은평구보건소 코로나19 재택치료전담반에서 한 직원이 재택치료자에게 전달하는 의약품을 확인하며 챙기고 있다. 뉴시스

30일 오후 서울 은평구보건소 코로나19 재택치료전담반에서 한 직원이 재택치료자에게 전달하는 의약품을 확인하며 챙기고 있다. 뉴시스

이날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661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이틀 만에 경신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전국 78.5%, 감염병전담병원 가동률도 전국 70.7%였다.



박소영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