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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이 진정 스타트업을 위한다면

입력
2021.11.30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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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들이 최근 젊은 창업자들을 영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이 그동안 정부에 대해 이런저런 정책적 요구를 해 왔으니, 이번 기회에 정치에 직접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보라는 것이 명분입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인기가 높지 않고, 또 경제현장과 소통한 경험이 부족한 편이니 젊은 창업자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그런 두 가지 약점을 자연스럽게 보완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창업자들과 이 제안을 놓고 이야기해 보니 거의 모든 이들이 회의적이었습니다. 사업하느라 일분일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그에 합당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극히 의심스럽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정치로 향했던 이들이 그저 들러리로 소비되고 말았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많았습니다.

우리에게는 기업이 정부 및 정치권과 투명하지 않은 유착관계를 기반으로 성장했던 과거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창업한 스타트업들은 고도의 투명성과 개방성이 기업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신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창업자들은 정관계 인사들과 사적인 만남을 갖거나 막후에서 어떤 협의를 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여깁니다. 우리 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매우 긍정적인 징후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일관된 '거리두기' 방식이 스타트업과 혁신기업 생태계의 약점이 되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우선 해외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입니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에서 대규모 로비활동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대규모 정책팀을 구성하고, 전직 관료가 포진된 거대 로펌을 활용하는 방식을 거침없이 구사하면서 적극적으로 정관계와 관계를 맺습니다. 한 미국계 커머스 기업은 전직 국회 출신들을 최근 하도 많이 고용해서 작은 국회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망사용료를 홀로 거부하면서 여러 가지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온 넷플릭스가 국회에 찾아가 관련입법을 진행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그런 법 만들지 말라고 주장할 수 있는 한편, 네이버나 카카오의 경영진은 국정감사장에서 죄인처럼 국회의원을 만나야 하는 묘한 상황은 이런 배경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조직화된 택시기사와 택시업체가 갖는 정치적 영향력에 밀렸던 '타다'의 사례나, 최근 플랫폼노동과 관련된 문제에서 노동단체들이 갖는 정관계 네트워크가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예입니다.

스타트업이나 혁신기업들의 주장이 무조건 받아들여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부나 정치권은 사회 전체의 가치를 놓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므로,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도 당연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다만, 기업이 사회에서 갖는 가치에 합당한 의견을 어떻게 정책과 입법 수립 과정에 전달하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공론이 필요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 군부독재자의 죽음은, 재벌과 정관계가 돈과 인맥, 그리고 혼맥으로 뒤엉키던 그런 한 시대의 완전한 종말을 극적으로 상징합니다. 기업과 정관계가 긴밀히 소통하는 건전하고 새로운 방식을 만들 때가 되었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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