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보려고 하루 8번 이상 화장실을 들락거린다면…

입력
2021.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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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건강 칼럼] 박주현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하루에 8번 이상 소변이 마려워 참을 수 없다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하루에 8번 이상 소변이 마려워 참을 수 없다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날씨가 추워지면 '과민성 방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과민성 방광은 성인 6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비교적 흔하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소변을 하루 8회 이상 보는 증상이 나타난다.

과민성 방광은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려 사회생활을 어렵게 한다. 정신적으로는 우울증ㆍ수치심을 일으켜 대인관계 기피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수치감으로 병원 방문을 꺼리고, 치료를 받지 않아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가 적지 않다.

과민성 방광이 생기면 소변을 참을 수 없는 느낌이 자주 나타나며, 일부 환자는 화장실 가는 도중 소변이 새는 절박성 요실금이 생긴다.

과민성 방광이 생기면 평균 두 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을 가느라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잠자다가 자주 깨기 때문에 피로가 회복되지 않고 누적된다. 절박성 요실금을 동반한 환자는 언제 샐지 모르는 소변으로 매 시간 전전긍긍한다.

증상이 심한 환자는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에도 소변을 참을 수 없는 느낌이 나타나 물을 트는 것도 주저하게 되거나 여름철 계곡 나들이는 꿈도 꿀 수 없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 단계까지 가지 않으려면 초기에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평소보다 소변을 더 자주 보거나, 참을 수 없는 느낌이 나타나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하고 비뇨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봐야 한다.

문진을 통해 과민성 방광 증상의 여부 및 발현 시기, 유사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의 복용 여부, 방광 자극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변비, 요로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배뇨통, 신경인성 방광과 관련된 신경과적 질환, 비뇨의학과 또는 부인과적 병력을 확인한다.

건강검진 시 여성의 경우 골반탈출증 등이 의심되면 회음부 내진을 시행하고, 항문 괄약근 상태 및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남성은 전립선비대증 등을 감별하기 위해 직장 수지(手指) 검사를 시행한다.

소변검사는 요로감염과 구별하기 위한 필수적인 검사다. 소변검사에서 혈뇨가 확인되면 추가적 비뇨기과적 검사를 시행한다. 당이나 단백뇨가 이어지면 콩팥 기능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방광 자극 증상이 심하면 방광암 여부를 알기 위해 요세포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과민성 방광 증상이 복합적이거나, 신경 질환이 동반되거나, 초기 치료에 실패했으면 요역동학 검사, 방광경 검사, 영상의학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과민성 방광 진단을 받으면 먼저 체중 감량, 카페인 섭취 제한, 배뇨 습관 개선 등 행동 개선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행동 치료를 시행한다.

배뇨 습관 개선 치료의 명확한 지침은 없지만 정상적인 배뇨에 관해 교육을 받고, 본인의 배뇨 습관 중 올바르지 못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다.

개선 치료로는 시간제 배뇨법, 방광 훈련, 골반 근육 운동, 바이오 피드백과 전기 자극 등의 보조 요법도 행동 치료에 도움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행동 치료와 함께 과민성 방광 치료의 1차적 치료로 권고되고 있다. 행동 치료로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아도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약물 복용 후 대개 6~8주 뒤에 효과가 나타나므로 치료 초기에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갖거나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

약물 치료 단계에서 효과를 얻지 못했거나 부작용이 있으면 침습 치료로 넘어가기 전에 보톡스 주사를 고려한다. 보톡스 주사법은 방광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막아 방광 근육 수축을 억제하는 원리이다.

국소마취로 30분 이내 시술이 가능하며 치료 시 통증이 거의 없고 효과가 즉각적이다. 다만 1회 시술 시 효과가 평균 6개월 정도만 지속된다.

이런 치료를 반복적으로 시행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약물 부작용이 심하면 천수신경 조정술 등 침습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천수신경 조정술은 방광을 조정하는 방광과 요도신경 근처를 미세한 전류를 흘려 자극함으로써 방광이 소변을 충분히 통제하도록 만든다. 시술은 국소마취로 진행되며 시술 후 대부분의 환자들은 샤워ㆍ쇼핑ㆍ여행 등 일상생활은 물론 등산 및 조깅 등 운동이 모두 가능하다.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규칙적인 운동으로 자신에게 맞는 체중을 유지한다. 둘째, 카페인 섭취량을 줄이고 흡연ㆍ음주를 삼간다. 셋째, 적절한 수분 및 섬유질을 섭취해 변비를 예방한다. 변비가 있으면 방광 기능에 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배뇨와 관련된 증상이 발생하면 조기에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을 추천한다.

박주현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박주현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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